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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자율주행 사고 전액 보상, 무엇을 노렸나

경제·경영 · 약 5분

중국 전기차 기업 BYD가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제조사가 전액 보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술렁였다. 자율주행 사고의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문제는 그동안 어떤 완성차 업체도 선뜻 떠안지 않았던 영역이다. 자율주행이란 운전자의 개입을 줄여 주는 기술이지만,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는 ‘회색지대’가 늘 따라붙었다. BYD는 바로 그 회색지대를 자기가 떠안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글에서는 BYD가 정확히 무엇을 발표했는지, 왜 지금인지,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테슬라와 현대차에는 어떤 파장을 줄지 차례로 정리한다.

a car that is driving down the street Photo by gibblesmash asdf on Unsplash

정확히 무엇을 발표했나 — 그리고 어디까지 적용되나

BYD는 5월 28일 차량 지능화 전략 행사에서, 자사 운전보조 시스템 ‘갓즈아이(God’s Eye, 神의 눈)‘의 도심 자율주행(도심 NOA) 기능을 규정대로 사용하다 시스템 결함으로 사고가 나면 차량 수리비, 제3자 재산 피해, 인명 피해까지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보상 한도는 없으며, 이듬해 보험료도 올리지 않는다. 적용 기간은 차량 인도 후 1년, 갓즈아이 A·B 시스템 차량이 대상이다.

여기서 한국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할 지점은 적용 범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보상제도는 현재 중국 내에서만 적용된다. BYD는 “해외 시장에 적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는 BYD가 빨라야 2027년쯤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한국 출시 전기차에 얹을 것으로 보지만, 사고 전액 보상이라는 파격 카드까지 한국에 들고 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즉 지금 이 발표는 ‘중국 시장용 승부수’로 보는 게 정확하다.

왜 지금, 갑자기 책임을 떠안았나

BYD가 손해를 무릅쓰고 책임을 떠안은 데는 분명한 계산이 있다. 첫째, 중국 스마트주행 경쟁의 축이 ‘기술 스펙’에서 ‘신뢰’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스마트주행 기능 관련 사고가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당국이 과장 마케팅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소비자 불안도 커졌다. 이런 국면에서 “우리가 책임지겠다”는 선언만큼 강력한 신뢰 마케팅은 없다.

둘째, BYD에게는 비슷한 성공 경험이 있다. 앞서 자동주차 기능에 같은 ‘사고 보상’ 보증을 걸었더니, 해당 기능 사용률이 21%에서 93%로 뛰었다. 기능을 많이 쓸수록 주행 데이터가 쌓이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자율주행은 더 똑똑해진다. 보상은 비용이 아니라 데이터를 사 모으는 투자인 셈이다. 셋째, BYD는 이미 315만 대가 넘는 운전보조 차량을 굴리며 매일 2억 km의 주행 데이터를 모은다. 이 정도 규모면 사고 확률을 통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time lapse photography of man riding car Photo by Samuele Errico Piccarini on Unsplash

기술 수준은? — 화려한 발표 뒤의 냉정한 현실

자신감의 근거는 기술이다. BYD는 이번 발표와 함께 중국 최초의 4나노 공정 자율주행 칩을 공개했다. 칩 세 개를 묶으면 2,100 TOPS가 넘는 연산 성능을 내고, 회사 측은 레벨 3·4 자율주행까지 뒷받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갓즈아이 B 시스템은 라이다까지 얹었는데, 가격은 약 1,770달러 수준이다. 테슬라의 유사 기능(FSD)이 중국에서 약 9,400달러인 점을 생각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다만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다. 현재 갓즈아이가 실제로 제공하는 기능은 여전히 레벨 2, 즉 운전자가 늘 주시해야 하는 운전보조 단계다. ‘신의 눈’이라는 이름이나 레벨 3·4 지원이 가능하다는 칩 성능과, 지금 도로에서 굴러가는 기능의 실제 수준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압도적 가격 경쟁력과 라이다 기반 하드웨어, 방대한 데이터를 묶어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는 점은 분명한 위협이다.

테슬라·현대차에 미치는 파장

가장 직접 비교되는 상대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FSD에 대해 한 번도 제조사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 매뉴얼에 “차량의 속도와 제어 책임은 항상 운전자에게 있다”고 못 박았고, 사고 책임을 법정에서 다투는 쪽을 택해 왔다. 가격은 5배 비싼데 책임은 지지 않는 테슬라와, 값싸면서 책임까지 떠안는 BYD. 소비자 입장에서 이 대비는 강렬하다. 경쟁의 무대가 ‘누가 더 똑똑한가’에서 ‘누가 책임지는가’로 옮겨가는 순간이다.

현대차·기아 쪽으로 눈을 돌리면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현대차그룹이 2035년 레벨 4 상용화를 목표로 8,000억 원을 투자하고 독자 AI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소비자가 도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자율주행 결과물은 사실상 없다. BYD가 도심 자율주행에 ‘사고 전액 보상’까지 거는 동안, 현대차는 2022년 시작한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1년 만에 접었고 자회사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셔틀 운행도 지난해 말 종료했다. 청사진은 거창한데 도로 위에 내놓을 것이 없는, 전형적인 ‘계획만 있는 상태’에 가깝다.

물론 그 배경에는 규제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모호한 운전자 개념, 불명확한 사고 책임 체계, 도로 실증 제약 탓에 한국 기업은 기술을 시험할 무대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소비자와 시장이 보는 것은 ‘실제로 굴러가는 차’다. 중국 업체들이 라이다와 자체 칩, 책임보상까지 묶어 매일 도로에서 데이터를 쌓는 사이, 한국차의 자율주행은 좀처럼 출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 우려가 큰 대목이다.

결국 이번 사건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자율주행 경쟁의 승부처가 기술 스펙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규모와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도로에서 보여주는 결과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기준에서 보면 지금 한국차의 위치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규제를 풀고 실증의 무대를 열어 주지 않는 한, 현대차·기아가 이 격차를 메울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 모른다.

이 글은 공개된 시장·정책·기술 동향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 매수·매도를 권하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a car that is sitting in the street Photo by Remy Gieli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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