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 통합은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5곳(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을 하나의 법인으로 합치려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를 말한다.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전력산업을 경쟁 체제로 바꾸겠다며 한전에서 발전 부문을 5개사로 쪼갠 지 25년 만에, 이번에는 반대로 “다시 하나로 합치자”는 방향이 공식 테이블에 올랐다.
2026년 8월 현재 상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방향은 ‘1사 통합’으로 사실상 굳었지만, 확정 시점은 당초 7월에서 연내로 밀렸다. 6월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중간보고회에서 삼일회계법인이 ‘1사 통합’을 단일안으로 권고했고, 7월 14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발전 5사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연내에 구조개편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히면서 일정이 뒤로 갔다. 통합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언제, 어디에 만들 것인가로 논점이 옮겨간 상태다.
2026년 8월 7일 업데이트: 이 글은 2026년 6월 21일 처음 발행됐다. 이후 ①7월 14일 확정 시점이 연내로 연기된 점 ②연매출 30조 원 규모 통합법인의 본사 유치 경쟁이 본격화된 점 ③국회에 이미 통합 법안이 발의돼 있다는 점 ④환경단체의 구체적인 반대 논리를 반영해 전면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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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 통합 배경: 25년 만에 다시 합치려는 이유
2001년의 분할은 “발전사끼리 경쟁시키면 효율이 오른다”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섯 회사가 같은 연료(주로 석탄·가스)를 쓰고, 같은 규제를 받고, 발전 단가도 정부가 정한 정산 기준을 따르다 보니 실질적인 가격 경쟁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용역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현행 체제를 두고 “경쟁은 없고 비효율만 남았다”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에너지 전환이라는 더 큰 압력이 겹쳤다. 2040년 탈석탄 로드맵에 맞춰 석탄발전소를 닫고, 그 자리를 재생에너지·전력망 투자로 메워야 하는데, 이건 한 회사가 감당하기에도 벅찬 대형 투자다. 다섯으로 쪼개진 상태에서는 투자 여력도, 의사결정 속도도 분산된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흩어진 발전사로는 대응이 늦다”는 통합론에 힘을 보탰다.
어디까지 결정됐나: 삼일회계법인 ‘1사 통합’ 권고
핵심은 “발전 5사를 하나의 완전한 법인으로 통합하라”는 권고다. 연구진은 ▲5사 완전 통합(1사) ▲권역별 2~3사 통합 ▲지주회사 아래 자회사를 두는 체제 등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했고, 그중 ‘1사 완전 통합’을 단일안으로 권고했다. 평가 기준은 네 가지였다.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 확보, 리스크 분산, 중복 기능 제거를 통한 규모의 경제, 그리고 석탄발전 폐쇄에 따른 고용 충격과 지역경제 대응이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이번 통합 대상이 ‘화력 중심 발전 5사’라는 것이다. 원자력과 양수발전을 맡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번 통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즉 “모든 발전 공기업을 하나로”가 아니라, 화력 부문을 단일 주체로 묶어 탈석탄·재생에너지 전환을 일관되게 끌고 가려는 그림에 가깝다.
7월에 결론이 안 났다: 확정 시점이 연내로 밀린 이유
이 글이 처음 나온 6월 시점의 예상은 “7월 최종안이 분수령”이었다. 그 예상은 빗나갔다.
7월 14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발전 5사 사장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기후부는 “향후 구조개편에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했고, 폭넓게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올해 안에 구조개편안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7월 발표를 기대했던 시장은 확정 시점이 연내로 미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다만 정부가 못 박은 시한이 ‘연내’로 열려 있을 뿐, 실무적으로는 3분기(9월 말) 중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고 특별법 제정에 착수한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몇 달이 밀렸느냐보다, 무엇 때문에 밀렸느냐를 보는 편이 정확하다.
밀린 이유는 남은 쟁점 목록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 쟁점 | 6월 중간보고 시점 | 2026년 8월 현재 |
|---|---|---|
| 통합 형태 | 1사 통합 권고(용역 결과) | 사실상 확정, 정부 공식안만 남음 |
| 특별법 | ”필요성 검토” 수준 | 3분기 중 구조조정 방안 발표와 함께 추진 예정. 국회엔 별도 법안 이미 발의 |
| 사업계약 이전 | 미논의 | 통합법인–기존 법인 간 계약 승계가 핵심 실무 쟁점으로 부상 |
| 노사 임금협약 | ”고용 안정 전제” 원론 | 5사 간 상이한 임금체계 통합이 별도 쟁점으로 명시 |
| 본사 위치 | 일부 지역 유치 의사 표명(6/18 전남 등) | 충남·경남·부산·울산·전북·전남 등 전국 유치 경쟁 |
| 확정 시점 | 7월 | 연내(2026년 말) — 3분기 발표설도 병존 |
30조 법인의 본사는 어디로: 지자체 유치전이 시작됐다
6월 중간보고 직후 시작된 유치 움직임이 8월 들어 전국 단위 경쟁으로 번졌다. 전남도는 중간보고 당일인 6월 18일 이미 나주 유치를 공식화했고, 삼일회계법인 보고서도 기존 5사의 청사·발전소 등 기반시설 활용 방안을 후속 과제로 올려뒀다. 이유는 규모다. 통합법인은 연매출 약 30조 원, 임직원 1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 입장에서는 웬만한 대기업 본사 하나가 통째로 오가는 문제다.
현재 다섯 회사의 본사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 회사 | 본사 소재지 |
|---|---|
| 한국남동발전 | 경남 진주 |
| 한국남부발전 | 부산 |
| 한국동서발전 | 울산 |
| 한국서부발전 | 충남 태안 |
| 한국중부발전 | 충남 보령 |
자료: 각 사 공시 및 국내 보도(2026-08). 통합법인 본사 위치는 미정.
각 지역이 내세우는 논리가 다르다.
- 충남은 물량으로 밀어붙인다. 발전 5사가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 52기 중 28기(53.8%)가 충남에 있고, 설비용량으로도 19,096MW로 전체의 36.7%를 차지한다. 게다가 2038년까지 폐쇄 예정인 발전소가 충남에만 21기다. “가장 많이 짊어졌고 앞으로 가장 많이 잃는 지역”이라는 주장이다.
- 경남 진주는 실물을 내세운다. 남동발전이 쓰던 17층 사옥이 이미 있어 바로 입주가 가능하고, 남해안 발전 밀집지역과 가깝다는 점을 든다.
- 태안은 상실을 계산해 내놓았다. 석탄화력 폐지와 서부발전 본사 이전이 겹치면 군 지방세입의 44%에 해당하는 연 260억 원이 줄고, 발전소·협력업체 근로자 3,166명을 포함한 정주인구 9,400여 명과 연 1,400억 원 규모의 소비지출이 함께 빠져나간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 이 밖에 울산·부산·전북·나주도 산업 기반과 인프라를 내세워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니다. 어느 도시를 고르든 나머지 지역의 반발이 확실하고, 그 반발은 특별법 국회 통과 과정에서 그대로 표로 돌아온다. 확정 시점이 연내로 밀린 배경에 이 계산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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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정부보다 먼저 움직였다: 한국발전공사법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대목은 입법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기후부 중간보고회보다 석 달 앞선 2026년 3월 1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혜경 의원(진보당)이 「한국발전공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뼈대는 이렇다. 한전이 100% 보유한 발전 5사 주식을 정부가 매입해 ‘한국발전공사’라는 단일 공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기존 발전 사업과 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을 한 법인이 함께 맡는다. 눈여겨볼 조항은 고용 부분인데, 기존 발전공기업 노동자뿐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의 고용까지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2038년까지 석탄발전소 수십 기가 차례로 문을 닫는 일정과 맞물린 장치다(법안 발의 기준 40기, 5사 보유분 기준 36기 등 집계 기준에 따라 수치가 갈린다).
발전 노조들이 통합 자체에는 대체로 찬성 입장을 보여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노동계는 현행 체제를 “경쟁 없는 비효율 구조”로 규정하면서, 통합을 고용 안정의 수단으로 본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고용 보장, 전환 배치 시 개별 동의, 재교육, 노동자 참여 보장, 노정협의체 구성이 통합 수용의 전제로 제시돼 있다.
즉 정부안이 나오기도 전에 국회에는 이미 하나의 청사진이 놓여 있는 셈이다. 정부가 연내에 내놓을 안이 이 법안과 어떻게 조율되느냐가 특별법 처리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 논리도 구체화됐다: “진단이 틀렸다”
통합에 대한 반대가 막연한 우려에서 구체적인 대안 제시로 넘어간 것도 6월 이후의 변화다.
기후솔루션은 중간보고 당일 입장문을 내고 “진단도 부족하고 처방은 거꾸로”라고 비판했다. 논지의 핵심은 문제의 원인 진단이 틀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효율의 원인이 ‘발전사가 다섯이라서’가 아니라, 발전 비용을 사실상 전액 보전해 주는 정산 구조(CBP) 에 있다고 본다. 원가를 다 돌려받는 구조에서는 회사가 몇 개든 효율을 높일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진단이 맞다면 회사를 합치는 것은 경쟁 요소를 더 없애 비효율을 키우는 처방이 된다.
두 번째 비판은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다. 화석연료 자산과 재생에너지 사업을 한 법인 안에 묶으면 구조적 모순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같은 회사가 자기 석탄발전소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안으로는 연료원별 분리를 제시했다. 화석연료 폐쇄를 전담하는 회사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담하는 회사를 따로 두자는 것으로, 독일에서 E.ON이 화석연료 부문을 유니퍼(Uniper)로 떼어낸 사례를 모델로 든다. 이 방식이라야 2040년 탈석탄과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목할 점은 이 비판이 연구용역 보고서 자체를 근거로 든다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도 1사 통합의 위험으로 ‘공정경쟁 저해’와 ‘방만 경영 가능성’을 명시했다. 통합을 권고한 보고서가 통합의 약점도 함께 적어둔 셈이다.
통합되면 무엇이 바뀌나: 소비자·공공·민간 영향
가장 궁금한 건 결국 “나에게, 그리고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느냐”일 것이다. 세 측면으로 나눠 보자.
국민·소비자 측면. 단기적으로는 통합 비용(시스템 통합, 조직 재편)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복 투자와 관리비용이 줄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동시에 정부는 발전소 입지·송전 비용·국가균형발전을 반영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함께 검토 중이어서, 사는 지역에 따라 요금이 달라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반대로 경쟁자가 사라진 거대 공기업이 비용 절감 유인을 잃으면, 그 부담이 결국 요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분명히 존재한다.
공공 측면. 단일 책임 주체가 생기면 탈석탄·재생에너지 전환을 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쉬워진다.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는 지역의 인력을 같은 법인 안에서 재배치·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정의로운 전환’ 관점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삼일회계법인도 회사별로 인력을 따로 관리하는 것보다 단일 법인이 인력 재배치에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견제할 경쟁자가 없는 만큼, 방만 경영을 막을 거버넌스와 투명한 성과 관리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민간 측면. 거대 통합 발전사의 등장은 민간 발전사·신재생 사업자와의 경쟁·계약 관계를 다시 짠다.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2년 계통한계가격(SMP) 연평균이 ㎾h당 190원을 넘겨 한전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던 경험을 들어 민간 발전사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는 방안(상한제·사후정산제 등)을 검토 중인 점도 민간엔 직접적인 변수다. 공정경쟁 저해 우려가 있는 한편, 통합사의 대규모 발주·설비 투자는 협력 기업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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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건은 ‘경쟁이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에서 자주 잊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25년 전 분할의 명분이 ‘경쟁’이었다면, 이번 통합은 그 경쟁을 스스로 거둬들이는 결정이라는 점이다. 규모를 키우면 투자 여력과 효율은 분명 좋아진다. 그러나 경쟁이라는 견제 장치가 사라진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가 통합의 진짜 성패를 가른다.
7월의 연기가 알려주는 것도 그 지점이다. 통합의 방향에는 정부와 노동계, 그리고 국회 일부가 대체로 동의한다. 그런데도 일정이 밀린 이유는 방향이 아니라 분배 때문이다. 본사를 어느 지역이 가져갈지, 다섯 회사의 서로 다른 임금체계를 어느 수준에 맞출지, 하청 노동자까지 고용을 승계할지. 이 질문들은 효율과 무관하고, 대신 누가 무엇을 얻고 잃는지에 관한 것이다. 통합 논의가 “규모의 경제”라는 구호로 시작해 지자체 유치전과 임금협약 협상으로 흘러가는 흐름이 그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연말 최종안에서 확인해야 할 것도 분명해진다. 통합법인의 크기가 아니라, 경쟁이 빠진 자리에 들어설 견제 장치다. 투명한 요금 산정, 독립적인 성과 평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거버넌스. 기후솔루션이 지적한 “원가를 전액 보전해 주는 정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회사만 합친다면, 통합의 효율 논리는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효율을 위한 통합’이 ‘책임이 흐려진 거대 조직’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합치는 설계보다 감시하는 설계가 먼저 나와야 한다.
이 글은 공개된 정책·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 해설이며, 투자 권유나 특정 기업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주요 출처
-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 중간보고회(2026-06-18) 및 관련 보도
- 서울경제, 「김성환, 발전5사 사장단 면담…”연내 구조개편안 수립”」(2026-07-14)
- 주간한국, 「정부가 못박은 ‘발전 5사’ 통합…‘30兆 본사’ 놓고 쟁탈전」(2026-08-06)
- 매일노동뉴스, 「“국가 주도 에너지 전환” 발전 5사 통합법 발의」 및 환경일보(정혜경 의원 「한국발전공사법」 대표 발의, 2026-03-18)
- 기후솔루션 입장문, 「기후부의 발전공기업 1사 통합 권고, 진단도 부족하고 처방은 거꾸로」(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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