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직원처럼 쓰기 시작하고 달라진 것들
일상 · 약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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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일하면서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이 일을 누가 좀 대신해 줬으면”이었다. 직원을 뽑자니 고정비가 무섭고, 안 뽑자니 내 몸이 하나뿐이다. 그 사이에서 나는 작년부터 AI를 직원처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검색을 좀 빨리 해 주는 도구 정도로 봤는데, 몇 달 써 보니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오늘은 AI 비서와 함께 일한다는 게 1인 기업가에게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좋았던 점과 새로 생긴 고민까지 솔직하게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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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데, 혼자가 아니게 됐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1인 기업의 진짜 어려움은 일의 양이 아니라 모든 걸 혼자 판단해야 한다는 외로움에 가깝다. 시장 리포트를 쓸지 말지, 이 글의 제목을 뭘로 할지,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가 다 내 몫이다. 그런데 AI에게 “이 주제로 초안 세 개만 잡아 줘”라고 던지면, 적어도 출발선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은 사라진다.
물론 AI가 동료처럼 위로를 해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막막한 백지 앞에서 첫 줄을 대신 채워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일의 무게가 꽤 가벼워진다. 예전엔 리서치 한 건을 시작하는 데만 반나절을 미루곤 했는데, 지금은 “일단 AI한테 뼈대를 받고 거기서 고치자”는 식으로 시작의 문턱이 낮아졌다. 1인 기업가에게 시작을 못 하는 것만큼 비싼 손해는 없다.
맡길 수 있는 일과, 끝까지 내가 해야 하는 일
몇 달 써 보며 가장 분명해진 건 경계선이다. AI에게 잘 맡길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 자료를 빠르게 모으고 정리하는 일, 긴 문서를 요약하는 일, 같은 형식의 글을 여러 버전으로 뽑는 일. 이런 ‘품은 많이 들지만 판단은 적게 드는’ 작업은 맡기면 시간이 몇 배로 절약된다. 예를 들어 시장 동향 자료 스무 개를 훑어 핵심만 추리는 일은, 사람이 하면 두세 시간인데 AI는 몇 분이면 초안을 내놓는다.
반대로 끝까지 내가 해야 하는 일도 또렷해졌다. 어떤 주제를 고를지, 어떤 메시지를 진짜로 전하고 싶은지, 그리고 결과물이 내 기준에 맞는지 판단하는 일은 위임이 안 된다. AI는 그럴듯한 답을 빠르게 주지만, 그게 정말 맞는지, 내 색깔에 맞는지는 결국 내가 봐야 한다. 그래서 나는 AI를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초안을 빨리 만들어 주는 유능한 신입”**으로 본다. 신입의 결과물은 반드시 사장이 검수해야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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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진 만큼 생긴 새로운 고민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AI에 익숙해지면서 새로 생긴 고민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검수를 게을리하게 되는 위험이다. AI가 내놓는 답은 늘 자신만만하고 매끄러워서, 바쁠 때는 그대로 믿고 넘어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한두 번 틀린 숫자나 그럴듯한 거짓 정보에 데이고 나면, 결국 “빨리 받되 반드시 확인한다”는 원칙으로 돌아오게 된다. 속도를 얻는 대신 검수라는 새로운 책임이 생긴 셈이다.
둘째는 내 감각이 무뎌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다. 초안을 늘 AI에게 받다 보면, 백지에서 혼자 끝까지 써내는 근육이 약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어떤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쓴다. AI는 어디까지나 나를 빠르게 만들어 주는 도구이지, 나를 대체하는 존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AI를 직원처럼 쓴다는 건, 일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일에 내 시간을 쓰기 위한 선택이다. 도구가 똑똑해질수록,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끝까지 붙잡을지 정하는 사람의 감각이 더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 ‘끝까지 붙잡아야 할 것’의 정점에 있는 게 바로 시장에 대한 나만의 포지션(position)과 매매전략이다. 자료 수집도, 정리도, 초안 작성도 전부 AI에게 맡길 수 있지만, 지금 시장을 어떻게 읽고 어디에 베팅할지, 어떤 전략으로 들어가고 나올지는 누구도 대신 정해 주지 않는다. AI가 모든 걸 빠르게 처리해 주는 시대일수록, 이 한 가지 — 시장에 대한 관점과 매매전략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느냐 — 가 결국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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