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에이전틱 AI가 바꾸는 시장, 위임 경쟁
경제·경영 · 약 3분
목차
에이전틱 AI가 시장에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는 “누가 선택하는가”가 바뀐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시장은 고객이 직접 비교하고 결정하는 곳이었지만, 고객이 선택을 에이전트에게 위임하기 시작하면 경쟁의 규칙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 글은 위임의 이동을 다루는 3부작 시리즈의 두 번째 글로, 에이전틱 AI 시대에 시장이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다룹니다. (1부: 위임의 시대가 온다에서 이어집니다.)
앱의 시대에서 에이전트의 시대로
지난 10여 년의 시장은 “앱의 시대”였습니다. 고객이 직접 앱을 열고,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기업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브랜드, 광고, 노출, UX에 투자했습니다. 고객의 눈과 시간을 사로잡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에이전트의 시대에는 이 전제가 무너집니다. 선택의 주체가 고객에서 에이전트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는 화려한 광고나 매끄러운 UX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에이전트가 보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검증 가능한 이력입니다. 사람의 감정을 겨냥한 마케팅이 아니라, 기계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경쟁의 기준이 됩니다.
고객의 시간이 아니라 ‘위임’을 얻는 경쟁
앱의 시대에 기업이 노린 것은 고객의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을 점유하고, 선택을 중계하고, 그 흐름을 수익화하는 모델이었습니다. 에이전트 시대의 경쟁은 다릅니다. 기업이 확보해야 하는 것은 고객의 시간이 아니라 고객의 위임입니다.
위임을 얻는 경쟁은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 위임 확보, 신뢰 경쟁, 목표 완료. 고객은 더 이상 어떤 앱을 쓸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저 목표를 말하고, 에이전트가 선택·운영·실행을 통합해 처리합니다. 비교와 추천과 결정(선택), 계획과 조율과 관리(운영), 예약과 결제와 처리(실행)가 하나로 묶입니다. 산업은 네이버·쿠팡·티맵처럼 잘게 분화되어 있지만, 고객의 목표는 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리바바 Qwen이 보여준 신호
이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알리바바는 2025년 11월 17일 퍼블릭 베타로 출시한 Qwen 앱이 첫 주에만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ChatGPT나 DeepSeek의 초기 확산보다도 빠른 기록입니다(출처: Alibaba Group, SCMP).
주목할 점은 Qwen이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비서”를 표방한다는 것입니다. 알리바바는 지도·음식 배달·여행 예약·이커머스 등 실생활 서비스를 앱에 통합해, 쇼핑·결제·실행까지 대행하는 에이전트 기능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객이 “버블티 한 잔”이라는 목표를 말하면 비교·할인·결제·배송까지 에이전트가 이어받는 방향입니다. 고객은 목표를 말했고, AI는 실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보 비효율의 아비트라지가 사라진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시장의 오래된 수익 원천 하나가 흔들립니다. 과거의 많은 이익은 정보의 비효율에서 나왔습니다. 고객이 모든 옵션을 다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나 광고 노출, 검색 상위 노출이 곧 매출이 되었습니다. 정보 격차가 만들어내는 차익, 즉 아비트라지(arbitrage)의 영역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에이전트는 이 비효율을 빠르게 줄입니다. 에이전트가 모든 옵션을 정교하게 비교하고 검증 가능한 이력을 기준으로 선택하면, “몰라서 비싸게 사는” 영역이 좁아집니다. 경쟁은 인간 대 인간, 기업 대 기업의 인지도 싸움에서 에이전트가 평가하는 효율 중심으로 이동합니다. 그 결과 AI 경쟁은 이미 위임권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 성능은 따라잡을 수 있어도 고객의 위임은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승자는 가장 뛰어난 AI가 아니라 위임을 확보한 기업이 됩니다.
위임의 이동이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3부: 에이전틱 AI 시대의 조직 변화에서 이어집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