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테슬라인데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나. 2025년 11월, 테슬라 FSD(감독형, Supervised)가 한국에 상륙했다. 2016년 10월 “모든 차에 완전자율주행 하드웨어를 넣겠다”는 발표 이후 9년 만이자, 세계 7번째 출시국이었다(한경 비즈니스). 그런데 정작 국내 테슬라 오너의 절대다수는 구경만 하는 처지다. 현재 FSD가 합법적으로 열린 차량은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 S·X와 사이버트럭, **정확히 4,292대 — 국내 전체 테슬라 18만 684대의 2.4%**다(경향신문, 2026-05-04). 나머지 97.6%, 17만 6천여 대의 중국산 모델 3·Y는 최신 AI4(HW4) 하드웨어를 달고도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원천 차단돼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 이 격차는 기술이 아니라 통상 협정과 안전기준이 만든 제도의 산물이고, 중국산 차량이 실제로 FSD 버튼을 누르는 시점의 무게중심은 2027년 4분기다. 왜 그런지, 무엇이 변수인지 순서대로 뜯어본다.

국내 테슬라 18만 684대 중 FSD 합법은 4,292대 (2.4%) FSD 가능 4,292대 (2.4%) FSD 불가(중국산 모델 3·Y 등) 17만 6,392대 (97.6%) 합법 4,292대의 구성 (전부 미국산) 모델 X 2,708대 모델 S 1,193대 사이버트럭 391대
국내 테슬라 등록 현황과 FSD 합법 차량 구성 (2026-04-28 기준). 출처: 국토교통부 자료·박용갑 의원실, 경향신문·전자신문

뿌리는 통상 협정 — FTA 우산 안과 밖

이 기묘한 상황의 뿌리는 기술이 아니라 통상 협정이다. 한미 FTA에 따라 미국 안전기준(FMVSS)을 충족한 미국산 차량은 한국 안전기준(KMVSS) 인증 없이 판매될 수 있다. 차대번호(VIN)가 5나 7로 시작하는 미국 생산 차량은 미국에서 합법이면 한국에서도 합법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FSD 같은 첨단 운전자보조를 제조사 자기인증에 맡기는 네거티브 규제라, 미국산 모델 S·X·사이버트럭은 걸릴 게 없었다.

여기서 한 겹 더 파면, 이 구도는 FTA가 만든 게 아니라 FTA가 물려받은 것이다. 세계 자동차 안전규제는 70년 전에 두 갈래로 갈라졌다. 유럽은 1958년 제네바에서 UNECE 협정을 맺고 정부가 판매 전에 심사하는 ‘형식승인’ 체계를 세웠고, 미국은 랄프 네이더의 『Unsafe at Any Speed』(1965)가 촉발한 안전 파동 끝에 1966년 연방 자동차안전법을 만들면서 제조사가 스스로 기준 충족을 선언하는 ‘자기인증’ 체계를 택했다. 미국은 상호인증을 전제로 한 1958년 협정에 끝내 가입하지 않았고, 이 간극을 메우려 1998년 별도의 글로벌 협정이 만들어졌을 정도다(UNECE, NHTSA). 상하이산 테슬라는 유럽 혈통(형식승인 세계)의 사양으로, 프리몬트산 테슬라는 미국 혈통(자기인증 세계)의 사양으로 태어난다 — 오늘 한국에서 갈리는 4,292대와 17만 6천 대의 운명은, 이 반세기 넘은 단층선이 한반도 위로 지나간 자국이다.

반면 국내 판매량의 절대다수인 모델 3·Y는 상하이 기가팩토리산이다. 유럽(UNECE) 사양으로 만들어져 FTA 우산 밖에 있고,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자동차규칙)을 정면으로 충족해야 한다. 문제의 조항은 자동차규칙 제89조의 ‘운전자지원첨단조향장치’ 기준이다. 이 기준은 ADAS 기반 차선변경 시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직접 조작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차선을 바꾸는 FSD의 작동 방식과 정면 충돌한다. 국토교통부의 공식 입장은 “막은 적 없다,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자기인증으로 테슬라가 스스로 도입할 수 있다”는 것 —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행 기준 아래서는 충족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블로터, 2025-11-13).

국토부가 말하는 ‘자기인증’이라는 제도 자체의 출생 배경도 짚어둘 만하다. 한국은 원래 유럽식 형식승인 국가였다가, 1998년 한미 자동차 협상을 거치며 2003년 미국식 자기인증제로 전환했다(한국교통안전공단). 이후 2004년 말에는 UNECE 1958년 협정에도 가입해, 미국식 자기인증의 틀 안에 유럽식 UN 기준을 하나씩 국내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혼합 체계가 됐다(UNECE 한국 이행 자료). 즉 한국의 자동차 안전규제는 처음부터 두 세계 사이에서 통상 협상으로 빚어진 제도이고, FSD를 둘러싼 지금의 비대칭은 그 혼합 체계의 이음매가 드러난 장면에 가깝다.

숫자로 보면 이 규제의 무게가 잡힌다. 테슬라는 2025년 1~11월에만 한국에서 5만 5,594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95% 성장했고(KAIDA 집계, 테크월드), 2026년 5월에는 모델 Y가 수입차 최초로 월간 차종별 내수 판매 1위에 올랐다. 그 성장을 이끈 차가 전부 중국산 모델 3·Y다. 즉 테슬라코리아 입장에서는 판매의 심장부가 FSD 시장에서 통째로 빠져 있는 셈이고, 오너 입장에서는 904만 원짜리 옵션(국내 일시불 기준)을 살 권리 자체가 생산지에 따라 갈리는 셈이다.

네 갈래로 갈리는 운명 — 생산지 × 하드웨어 매트릭스

원산지 축과 하드웨어 축을 교차하면 국내 테슬라는 네 그룹으로 나뉜다. 하드웨어 쪽 배경을 먼저 깔면, 구형 HW3의 FSD 컴퓨터는 144TOPS(테슬라 2019년 Autonomy Day 발표 기준)이고, 현행 AI4(HW4)는 정확한 사양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연산·대역폭이 수 배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메라는 1.2MP에서 5MP로 뛰었다(AutoPilot Review).

그룹생산지하드웨어현재 상태열리는 조건예상 시점
① 모델 S·X·사이버트럭미국AI4사용 중 (2025-11 OTA)완료
② 구형 모델 S·X미국HW3대기V14 Lite 글로벌 배포2026 하반기~연말
③ 모델 3·Y (주력)중국AI4규제 차단DCAS 국내 수용2027년 4분기 (기본)
④ 구형 모델 3·Y중국HW3규제+SW 이중 차단DCAS 수용 + V14 Lite최후순위

① 미국산 AI4 — 이미 사용 중이다. 테슬라코리아가 2025년 11월 12일 출시를 공식 예고했고, 같은 달 하순 OTA로 감독형 FSD가 배포됐다.

② 미국산 HW3 — 규제 장벽은 없다. 같은 FTA 우산 아래다. 늦어진 이유는 순수하게 소프트웨어다. FSD가 V13 이후 HW3를 지원하지 않게 되면서, 테슬라는 V14를 구형 칩에서 돌아가도록 경량화한 별도 버전을 개발해야 했다. 그 결과물인 HW3용 FSD V14 Lite(펌웨어 2026.20.5.1)가 2026년 6월 29일 북미에 우선 배포되기 시작했다(Electrek). AI4용 V14의 주행 거동을 증류(distill)해, 유효 메모리 대역폭이 AI4의 약 15% 수준에 불과한 HW3에서도 돌아가게 만든 버전으로, 테슬라 AI 총괄 아쇼크 엘루스와미가 직접 배포 개시를 확인했다(Not a Tesla App). 글로벌 순차 배포가 예고돼 있어 한국의 미국산 HW3 차량은 올 하반기~연말이 유력하다.

③ 중국산 AI4 — 하드웨어는 최신이지만 규제에 막혀 있다. 개방의 열쇠는 아래에서 다룰 DCAS 기준의 국내 수용이다.

④ 중국산 HW3 — 규제 개정과 V14 Lite 배포, 두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하는 최후순위다. 열리더라도 AI4 대비 기능이 축소된 ‘Lite’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주목할 지점은 순서다. 성능이 한 세대 뒤진 미국산 HW3가, 최신 하드웨어를 단 중국산 AI4보다 먼저 FSD를 쓰게 된다. 하드웨어 세대가 아니라 생산지가 순서를 결정하는 것 — 이것이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다.

A person holding a steering wheel while driving a car Photo by Niek Doup on Unsplash

열쇠는 UN R171 ‘DCAS’ — 규제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중국산 차량의 관문은 국제기준 UN R171, 이른바 DCAS(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다. 2024년 9월 발효된 원기준에 이어 2025년 9월 시스템 주도 기동(차로변경 등)을 허용하는 1차 개정(01시리즈)이 시행됐고, 이를 도심 도로로 확장하는 2차 개정(02시리즈)은 2026년 6월 UNECE WP.29 총회에서 채택돼 그해 10월 발효를 앞두고 있다(법률신문, UNECE). DCAS는 운전자의 전방주시를 전제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차로유지·차로변경을 시스템이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전방주시 소홀 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이 경고한다는 요건도 포함한다. 감독형 FSD의 작동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틀이다.

이 기준이 자동차규칙에 반영되면 중국산 테슬라도 감독형 FSD를 쓸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열린다. 국토부는 “2026년에 개정안 마련과 제도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절차별 소요기간도 공개했다. 시행시기·적용차종 의견수렴에 약 6개월, 자구검토와 사전규제심사를 거친 입안에 약 6개월, 입법예고부터 법제처 심사까지 최소 3~4개월(블로터). 여기에 DCAS 기준의 경과조치 기간이 2년이라는 변수가 겹친다.

긍정적 선례도 이미 나왔다. 같은 유럽 사양이 적용된 테슬라가 2026년 4월 10일 네덜란드 차량교통국(RDW)으로부터 유럽 최초의 FSD(감독형) 형식승인을 받았다(Electrek, RDW 공식 발표). 승인 근거가 바로 UN R171이었다. 18개월의 검증, EU 도로 160만 km 주행, 1만 3천 회의 고객 동승 테스트, 400개 이상의 적합성 요건 심사를 거쳤고, 승인 다음 날부터 네덜란드의 AI4 탑재 모델 3·Y에 배포가 시작됐다. 테슬라는 상호인정 절차를 통해 2026년 여름 중 독일·프랑스 등 EU 전역 확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UNECE 기준을 준용하는 만큼, “유럽 사양 모델 3·Y가 R171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논의의 강력한 참조 사례가 된다.

시나리오: 2027년 4분기가 무게중심

국토부의 절차 블록을 캘린더에 얹어보면 세 갈래다.

그룹별 FSD 개방 예상 시점 (2026-07 현재) 2026 2027 2028 2029 ① 미국산 AI4 2025-11 사용 중 ② 미국산 HW3 2026 하반기 (V14 Lite 순차 배포) ③ 중국산 AI4 낙관 2027 상반기 ~ 기본 2027 4분기 ④ 비관 시나리오 2028년으로 밀릴 가능성
국토부 공개 절차 소요기간(의견수렴 6개월 + 입안 6개월 + 입법예고~법제처 3~4개월)을 기반으로 한 추정. 진한 파랑이 무게중심. 출처: 블로터(국토부 인용) 기반 필자 추정

낙관 (2027년 상반기) — 의견수렴과 입안을 2026년 내 병렬로 소화하고, 2027년 초 입법예고 후 봄에 공포·조기 시행. 네덜란드발 유럽 승인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여론 압력이 유지되며, 테슬라코리아가 협의에 적극 나선다는 전제가 붙는다.

기본 (2027년 4분기) — 2026년 하반기 의견수렴, 2027년 상반기 입안과 심사, 중반 공포. 다만 공포와 실사용은 다르다. 기준 시행 후 테슬라가 유럽 사양 차량용 자기인증과 한국향 OTA를 준비하는 데 2~3개월이 더 필요하다. 오너가 실제로 FSD 버튼을 누르는 시점 기준으로는 2027년 4분기가 현실적이다.

비관 (2028년) — 경과조치 2년의 보수적 해석, 사고·리콜 이슈로 인한 심사 지연, 그리고 테슬라코리아와 규제 당국 간 협의 부진이 겹치는 경우다. 참고로 2026년 7월 현재까지 테슬라코리아가 국토부에 중국산 차량 FSD 개방을 공식 요청했다는 보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변수 하나 더 — ‘미국산 모델 Y’라는 제3의 길

시나리오 바깥에 우회로가 하나 있다. 2025년 하반기 타결된 한미 통상 합의에서 미국 안전기준(FMVSS) 차량의 연간 수입 상한(제조사당 5만 대)이 철폐된 것으로 전해진다(Electric Vehicles). 이 상한선 자체에 연혁이 있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당시 FMVSS 인정 쿼터는 제조사당 연 2만 5천 대였고, 2018년 트럼프 1기의 재협상에서 5만 대로 두 배가 됐다(USTR). 당시 미국 제조사 어느 곳도 연 2만 5천 대를 채우지 못해 “상징적 양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Cato Institute), 정작 그 우산을 꽉 채워 쓴 첫 회사가 미국 전통 3사가 아니라 테슬라였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2025년의 철폐는 이 15년짜리 쿼터 확대사(史)의 종착점인 셈이다. 이론적으로 테슬라가 한국향 모델 3·Y 물량을 상하이가 아니라 미국 프리몬트·오스틴 공장분으로 돌리면, 규제 개정을 기다릴 필요 없이 FTA 경로로 FSD가 열린다. 물론 미국산은 물류비와 원가가 높아 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 테슬라가 한국 시장 1위를 만든 무기가 바로 중국산의 가격이었다는 점에서, 이 카드는 ‘프리미엄 트림 한정’ 정도로 제한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규제 일정이 2028년으로 밀리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테슬라가 실제로 만지작거릴 수 있는 카드다.

우회는 답이 아니다 — ‘탈옥’ 85건의 경고

기다림이 길어지자 시장에는 뒤틀린 수요가 등장했다. 국내에서 FSD를 무단 활성화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85건(2026년 4월 28일 기준) 집계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로 확인된 수치다(경향신문). 국토부는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자동차의 안전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임의로 변경하는 행위는 자동차관리법 제35조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테슬라코리아도 손 놓고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 임의 변조를 탐지하면 무선 업데이트로 해당 기능을 원격에서 비활성화한다(전자신문).

오너 입장에서 이 우회는 실익이 없다. 안전기준에 맞지 않는 기능을 임의 활성화한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보험 면책 사유가 될 수 있고, 형사책임은 온전히 운전자 몫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사례가 여론화될수록 국토부의 기준 도입을 앞당기는 압력이 된다는 것 — 그게 중국산 오너에게 남은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close-up photo of black vehicle steering wheel Photo by Jp Valery on Unsplash

가격이라는 복병 — 904만 원 일시불의 유효기간

하나 더 챙겨둘 변수가 가격이다. 국내 FSD는 일시불 904만 원 옵션으로 판매돼 왔는데, 테슬라는 2026년 2월 14일부로 미국에서 FSD 일시불 판매를 종료하고 월 99달러 구독 전용으로 전환했다(테크42). 머스크가 직접 밝힌 배경은 침투율이다 — 테슬라 오너 중 FSD 비용을 낸 사람은 12%에 불과했고, 구독 전환으로 문턱을 낮춰 사용자 기반을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한국은 아직 구독 옵션 없이 일시불만 제공되지만, 미국의 전환 흐름을 감안하면 중국산 차량이 개방되는 2027년경의 한국 FSD는 ‘904만 원 옵션’이 아니라 ‘월 십수만 원 구독’의 얼굴로 올 가능성이 있다. 개방 시점의 오너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호재이고, 이미 일시불로 산 4,292대 오너에게는 셈법이 복잡해지는 변화다.

관전 포인트와 So What

전망의 분기점은 명확하다. 확인할 신호는 세 가지다.

  1. 연내 국토부의 DCAS 관련 입법예고가 나오는가 — 나오면 낙관 시나리오가 살아난다.
  2. 테슬라코리아와 국토부의 협의 개시가 보도되는가 — 네덜란드 승인 때 테슬라는 RDW와 18개월을 함께 달렸다. 한국에서 같은 움직임이 시작되는지가 속도의 열쇠다.
  3. 미국산 HW3용 V14 Lite가 연내 한국에 도착하는가 — 규제와 무관한 이 배포가 늦어진다면, 테슬라 글로벌 소프트웨어 조직에서 한국의 우선순위 자체를 가늠할 수 있다.

자율주행 규제는 결국 ‘기술의 속도’와 ‘제도의 속도’ 사이의 협상이다. 이 협상은 자동차의 역사만큼 오래됐다. 영국은 1865년 ‘적기조례(Red Flag Act)‘로 자동차의 시조인 증기차에 시속 3km(시내)·6km(교외) 제한을 걸고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앞서 걷게 했는데, 이 마차 시대의 조문이 걷힌 것은 31년 뒤인 1896년 — 초기 자동차 산업과 이용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정을 밀어붙인 결과였다(Locomotive Acts). 국내 ‘탈옥’ 85건이 역설적으로 규제 당국을 움직이는 압력이 되는 지금의 풍경은, 신기술 규제가 기술의 성숙이 아니라 수요의 가시화와 이해관계자의 결집으로 풀려온 이 오래된 패턴의 반복이다. 중국 BYD가 자율주행 사고 전액 보상 카드로 신뢰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 했듯, 테슬라도 한국에서 신뢰의 근거를 쌓는 중이다. 먼저 달리기 시작한 미국산 4,292대가 쌓는 국내 주행 데이터와 사고 통계가, 나머지 17만 6천 대의 운명을 결정할 협상 테이블의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같은 차, 같은 하드웨어인데 생산지가 운명을 가르는 지금의 풍경은 — 자율주행 시대의 국경이 도로가 아니라 법령의 조문 위에 그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사례다.


참고 자료

이 글은 공개된 보도·규정을 근거로 한 시장·제도 해설이며, 특정 차량 구매나 옵션 결제를 권유하는 조언이 아닙니다. 예상 시점은 공개 절차 기간에 기반한 추정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