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 모델3에도 FSD가 뜬다.” 2026년 7월 10일, 테슬라코리아가 FSD(감독형·Supervised) v14 라이트의 국내 순차 배포를 시작하자 오너 커뮤니티는 하루 종일 들썩였다. 북미에 이어 세계 두 번째, v14 라이트 버전 기준으로는 미국 밖 첫 배포다(이투데이, 2026-07-10). 5년 전 나온 구형 차에서도 차선 변경·교차로 진입·곡선 주행이 한결 매끄러워졌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 환호에는 잔인한 각주가 붙는다. 정작 국내에 굴러다니는 테슬라의 97.6%는 이 업데이트를 받지 못한다. 이번 배포 대상은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3·모델Y 중 HW3 탑재 차량뿐이고, 국내 테슬라 등록 대수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상하이 공장산 모델3·Y는 소프트웨어 차원에서 원천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 이 잠금장치를 푸는 열쇠는 서울이 아니라 브뤼셀과 제네바에서 지금 다시 깎이고 있는 규정 안에 있고, 그래서 개방 시점은 불투명하다. 그리고 이 장면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오래된 질문 하나를 다시 던진다. 보호가 산업을 키우는가, 경쟁이 키우는가.

red and black car on road during daytime Photo by Ernest Ojeh on Unsplash

7월 10일, 오너들이 환호한 이유

FSD v14 라이트는 테슬라가 구형 하드웨어(HW3, 이른바 AI3)에서도 최신 자율주행 스택의 핵심 개선을 돌아가게 만든 ‘경량화 버전’이다. 6월 말 북미에서 HW3 차량을 대상으로 먼저 풀렸고, 2주도 안 돼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Electrek, 2026-06-29). 한국은 이미 2025년 11월 세계 7번째로 FSD를 받은 시장이었지만, 그때는 최신 HW4를 단 미국산 모델 S·X가 대상이었다. 이번 v14 라이트가 의미 있는 건, 상대적으로 저가·대량으로 팔린 모델3·Y 계열까지 최신 주행 경험이 내려왔다는 점이다.

오너들이 환호한 지점은 분명하다. FSD는 국내에서 결코 싼 옵션이 아니다. 완전자율주행 패키지는 수백만 원대의 선택사양이고, “돈은 냈는데 기능은 반쪽”이라는 불만이 오래 쌓여 있었다. v14 라이트는 그 체감 격차를 좁혔다. 문제는, 이 환호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국내 테슬라 오너 중 극소수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왜 내 차는 안 되나 — 97.6%의 소외

숫자를 보면 소외의 규모가 드러난다. 2026년 상반기 기준 국내에 등록된 테슬라 약 18만 대 가운데, FSD를 합법적으로 켤 수 있는 차는 미국산 모델 S·X·사이버트럭 등 2.4%뿐이다. 나머지 97.6%(약 17만 6,000대)는 전량 중국 상하이 공장산 모델3·Y이고, 하드웨어를 멀쩡히 달고도 소프트웨어 잠금 상태다(경향신문, 2026-05-04).

구분생산지대략 대수비중FSD 사용
모델 S·X·사이버트럭미국약 4,300대2.4%합법 가능
모델 3·Y중국(상하이)약 17만 6,000대97.6%소프트웨어 차단

출처: 경향신문(2026-05-04, 국토교통부 자료 인용). 대수는 등록 기준 근사치.

왜 이런 기묘한 이분법이 생겼나. 핵심은 안전기준 인증통상 협정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테슬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연방안전기준(FMVSS)을 통과한 차량이 국내 인증을 일정 부분 면제받는다. 반면 중국산 모델3·Y는 이 면제 대상이 아니어서, 자율주행 관련 기능이 국내 안전기준 인증을 별도로 통과하지 못하면 소프트웨어로 막힌다. 게다가 상하이 공장산 차량은 유럽·아시아 수출을 염두에 두고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WP.29 규정 체계를 따르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 규정은 그동안 차량이 스스로 차선을 바꾸고 교통 흐름을 판단하는 기능을 강하게 제한해 왔다.

문제는, 못 쓰게 막으니 몰래 쓰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6년 4월 28일 기준 중국산 테슬라에서 FSD를 무단으로 ‘탈옥’ 활성화하다 적발된 사례가 85건에 달했다. 자동차관리법상 무단 개조에 해당해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지만, 개인정보 보호 규정 때문에 차주 특정이 어려워 단속이 겉돈다(경향신문, 2026-05-04).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제도가 그 수요를 지하로 밀어 넣고 있는 셈이다. 규제가 시장의 욕구를 흡수하지 못하면 시장은 규제를 우회하고, 그 우회는 안전 사각지대가 된다 —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활성화된 자율주행은 정작 국토부가 지키려던 안전기준의 바깥에서 굴러다니게 된다. 막는 것 자체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역설이다.

Explore the sleek interior of a modern electric car featuring advanced touchscreens and innovative steering design. Photo by Vladimir Srajber on Pexels

열쇠는 서울이 아니라 브뤼셀·제네바에 있다

여기서부터가 이 사안의 진짜 불확실성이다. 국내 테슬라의 대다수인 중국산 모델3·Y의 운명은, 역설적으로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하이 공장산 차량이 올라탄 규정 체계가 지금 유럽과 제네바에서 통째로 다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2026년 6월 유엔의 자동차 규제 조화 세계포럼(WP.29)이 완전자율주행 시스템(ADS)에 관한 세계 최초의 글로벌 규정을 채택했다. 자율주행 성능이 “유능한 인간 운전자와 같거나 그 이상”이어야 하고, 제조사가 시뮬레이션·트랙·실도로 시험으로 안전성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안전사례(safety case) 방식이다. 캐나다·중국·EU·일본·영국·미국이 모두 지지했다(UNECE). 중국산 테슬라는 바로 이 UNECE 체계 위에 있으므로, 개방의 문은 이 새 규정이 각국 국내법으로 이식되는 속도에 묶인다.

둘째, EU 집행위원회는 2026년부터 자동차 형식승인(type approval) 틀 자체를 손보고 있다. 자동주행 기능을 갖춘 차량을 정규 양산에 태우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와 ‘자율주행 회랑(corridor)‘을 도입하는 방향이다. 다만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는 이 개정이 검증 덜 된 이른바 ‘Level 2++’ 기술의 문을 성급히 열 수 있다고 경고했다(ETSC). 규정을 여는 쪽과 조이는 쪽이 팽팽해, 최종 문안과 시행 시점이 유동적이라는 뜻이다.

셋째, 통상 변수도 얽혀 있다. EU는 2024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 중인데, 테슬라 상하이는 개별 심사를 통해 **7.8%**로 가장 낮은 세율을 받았다. 기본 승용차 관세 10%에 얹어지는 구조다(EU Access2Markets). 여기에 2026년 2월 EU가 폭스바겐 쿠프라의 중국산 SUV를 ‘최저가격+수량 쿼터’를 조건으로 관세에서 처음 풀어주면서, 관세 대신 가격약속으로 가는 새 협상 국면이 열렸다.

EU 상계관세: 테슬라 상하이가 가장 낮다 (낮을수록 유리) 단위 %, 기본 승용차 관세 10%에 추가 부과 · 2024-10-30 발효 테슬라 상하이 7.8% BYD 17.0% 지리(Geely) 18.8% SAIC(상하이차) 35.3% 출처: EU 집행위 Access2Markets, 규정 (EU) 2024/2754
테슬라 상하이는 7.8%로 중국 제조사 중 최저 세율을 받았지만, 규정 자체는 5년마다 재검토되는 유동적 장치다.

정리하면, 국내 중국산 테슬라의 FSD 개방은 ① UNECE의 새 ADS 규정이 얼마나 빨리 국내에 반영되느냐 ② EU 형식승인 개편이 여는 쪽으로 갈지 조이는 쪽으로 갈지 ③ EU-중국 통상 갈등이 상하이 물량에 어떤 조건을 붙이느냐 — 이 세 개의 ‘움직이는 표적’에 동시에 걸려 있다. 한국의 자체 개방 논의(앞서 본지가 2027년 4분기를 무게중심으로 전망한 시나리오)도 이 외부 변수 위에서 흔들린다. 불투명성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여러 관할권의 규정이 동시에 재편되는 타이밍의 문제다.

보호가 아니라 경쟁이 키운 산업 — 역사가 던지는 질문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 이 구조를 다시 보자.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율주행차(중국산 테슬라)가 가장 강하게 묶여 있고, 그사이 현대차·기아는 자체 자율주행 솔루션(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 ‘플레오스’ 등)을 준비할 시간을 번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 잠금장치는 사실상의 보호 효과를 낸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이 보호는 산업을 키우는가.

역사는 한 가지 패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유치산업 보호(infant industry protection)는 ‘한시적’일 때만 약이 되고, ‘영구적’이 되면 독이 된다. 이 논리의 원형은 18~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1791년 ‘제조업 보고서’에서 신생 산업을 관세로 잠시 보호해 자립시키자고 주장했고,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이를 이론으로 다듬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강조한 전제는 ‘보호는 산업이 두 발로 설 때까지의 사다리이지, 영구 울타리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20세기 후반, 이 전제를 놓친 대가는 뚜렷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가 택한 수입대체 산업화(ISI)는 국내 시장을 관세로 걸어 잠갔지만, 경쟁 압력이 사라진 자국 산업은 비효율과 낮은 품질에 갇혔다. 1960년대 초만 해도 중남미의 1인당 소득이 동아시아를 앞섰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역전은 자원이 아니라 ‘규율의 유무’가 갈랐다는 이야기가 된다. 반면 한국·대만 등 동아시아는 보호를 수출 경쟁이라는 규율과 짝지었다. 보호는 주되, 세계 시장에서 팔아 성과를 증명하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뜻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바로 그 교과서적 사례다. 1962년 5월 자동차공업보호법으로 외국산 완성차·부품 수입을 강하게 틀어막고 국산화를 밀어붙여 현대·기아를 키웠지만(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 위키백과), 동시에 이들을 세계 시장의 경쟁으로 밀어냈다. 온실 안에만 두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정적인 것은 그 보호가 끝이 정해진 사다리였다는 점이다. 1987년 배기량 2,000cc 초과 외제차 수입을 먼저 열고, 1988년 2,000cc 이하까지 완전 개방하면서 수입 관세는 개방 이전 150%에서 1987년 60%, 1988년 30%, 1995년 8%로 단계적으로 깎였다. 일본산 승용차만은 수입선다변화제도로 한동안 묶여 있다가 1999년 7월 마지막 빗장이 풀렸다. 보호를 단계적으로 거둬들이는 이 하강 곡선 — 이것이 영구 울타리에 안주한 중남미와 갈린 결정적 분기점이다.

“일본차가 들어오면 국산차가 다 죽는다”는 공포가 1999년 개방 직전 극에 달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개방과 경쟁의 압력 속에서 현대차의 품질·디자인은 오히려 빠르게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 물론 이 도약을 개방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1998년 현대의 기아 인수, 1999년 미국 시장에 내건 ‘10년/10만 마일 보증’ 같은 승부수가 함께 작용했다. 다만 그 모든 선택의 공통 배경에는 더는 온실이 아니라는 자각, 즉 열린 경쟁에 노출됐다는 압력이 있었다. 그렇게 단련된 산업이 오늘날 연 400만 대 이상을 생산하고 그 3분의 2를 수출하는, 세계 6~7위권·연 700억 달러대 수출의 자동차 강국이 됐다(2024 자동차 산업 동향, KDI).

반례도 역사 안에 있다. 갈라파고스처럼 자국 규격에 안주한 산업은 세계 흐름에서 고립됐다. 일본 휴대전화 산업이 자국 3G 표준에 과최적화되다 스마트폰 전환기에 통째로 밀려난 ‘갈라파고스 신드롬’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이라는 이번 전환기에는 아이러니가 뒤집혀 있다. 20년 전 갈라파고스에 갇힌 건 문을 닫은 일본 제조사였지만, 이번에 고립을 자초할 위험이 있는 쪽은 규제로 문을 늦게 여는 시장 자신이다. 세계 표준(UNECE ADS)이 열리고 소비자가 이미 최신 기술(FSD)을 원하는데 국내 시장만 몇 년씩 지체된다면, 그 지체는 국산차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한국 시장 전체를 세계 흐름에서 떼어놓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So What — 시장이 트렌드를 선도해야 국산차도 산다

오해를 피하자. 이 글은 안전기준을 낮추자거나 인증 없이 아무 자율주행이나 풀자는 주장이 아니다. WP.29·ADS 규정이 요구하는 안전 검증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 핵심은 정책의 목표를 ‘보호’가 아니라 ‘트렌드를 소화하고 선도하는 시장 만들기’에 두자는 것이다.

첫째, 인증·규제의 속도를 세계 표준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국내 오너 97.6%가 몇 년째 ‘못 쓰는 기능에 돈만 낸’ 상태로 방치되고, 그 공백을 85건의 불법 탈옥이 메우는 지금의 풍경은 정책 실패의 징후다. 규제가 시장보다 느리면, 시장은 규제를 우회한다.

둘째, 경쟁 노출이 곧 국산차를 위한 투자다.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에 실시간으로 노출될 때, 그 압력이 국내 연구개발을 앞당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 ‘플레오스(Pleos)‘로 자체 자율주행·차량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준비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자극은 규제로 벌어둔 시간이 아니라 눈앞에서 달리는 경쟁자다. 역사가 보여준 대로, 한국 자동차 산업을 세계 6~7위 생산·연 700억 달러대 수출의 강국으로 끌어올린 것은 영구적 보호막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규율이었다. 온실은 묘목을 살리지만, 큰 나무로 키우는 건 결국 바람이다.

셋째, 통상·규제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은 규정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만드는 나라’로 이동해야 한다. UNECE·EU가 자율주행 규정을 다시 쓰는 이 시기는, 한국이 자국 도로 환경과 산업 이해를 국제 표준에 반영할 드문 창(窓)이다. 이 창을 놓치고 나중에 완성된 규정을 그대로 이식만 하면, 우리 산업은 늘 한 박자 늦게 따라가는 위치에 남는다.

FSD v14가 한국에 온 7월 10일의 환호와, 그 환호에서 배제된 97.6%의 침묵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소비자는 이미 세계 트렌드를 원하고 있다. 그 수요를 억누르는 대신 안전하게 흡수하고, 그 경쟁으로 국산차를 단련시키는 것 — 그것이 보호론보다 국산 자동차 산업을 더 멀리 데려갈 길이다. 시장이 트렌드를 선도할 때, 산업도 함께 자란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투자 조언이 아니다. 공개된 시장·정책·기술 정보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