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2026년 6월 17일 서울 사무소를 공식 개설했다. 도쿄, 벵갈루루에 이은 아시아·태평양 세 번째 거점이다. 개소식 당일 네이버, 삼성SDS, LG CNS, 넥슨, 한화솔루션 등 한국 주요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줄줄이 발표됐다. 그런데 같은 주,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명령이 한국 사용자들의 최상위 모델 접근을 차단했다. 환영 인파 속에 열린 파티장 문 앞에서 입장권이 회수된 셈이다.
한국이 왜 앤트로픽의 APAC 세 번째 거점이 됐나
앤트로픽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AI를 채택하는 시장 중 하나”로 평가한다. 실제로 한국의 Claude.ai 사용률은 인구 대비 기준으로 전 세계 평균의 3.5배에 달하며, 글로벌 상위 12개국 중 하나다. 개발자 커뮤니티와 기업 IT 조직을 중심으로 클로드(Claude) 기반 자동화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앤트로픽은 도쿄·벵갈루루 이후 세 번째 APAC 거점으로 서울을 선택했다.
서울 오피스는 30년 경력의 테크 비즈니스 전문가 최기영(KiYoung Choi)이 이끈다. 앤트로픽은 기업·연구·비영리 세 축으로 한국 AI 생태계 전반과 협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 협력 차원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와 MOU를 체결하고, 공공부문 AI 안전성 평가와 사이버보안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AI연구소(NAIRL) 컨소시엄 소속 KAIST, 고려대, 연세대, POSTECH 등 연구원 60명에게 클로드 모델을 무상 제공하는 연구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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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삼성·LG가 클로드를 선택한 이유
개소식과 함께 발표된 파트너십 목록은 인상적이다. 네이버는 엔지니어링 조직 전체에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전사 도입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기업 클로드 코드 도입 사례라고 앤트로픽은 밝혔다. 수천 명의 네이버 개발자들이 코드 생성·검토·자동화에 AI를 활용하는 구조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로,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와 클로드 코드를 배포 중이다. 지식 업무 자동화와 대규모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요 활용 영역으로 삼고 있다. LG CNS는 LG그룹 전반에 클로드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클라이언트 기업들을 위한 기술 솔루션 구축에도 활용하고 있다. 게임사 넥슨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 개발에 클로드 코드를 적용했고, 한화솔루션은 AWS 베드록(Bedrock)을 통해 클로드를 사용하며 국내 데이터 처리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클로드를 선택한 공통된 이유는 코딩과 에이전트 업무에서의 성능이다. 특히 클로드 코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벤치마크(SWE-bench)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개발자 생산성 도구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국내 기업들이 AI를 단순 챗봇이 아닌 업무 자동화의 핵심 인프라로 채택하는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오피스 개설 직전 터진 역설 — 미국 수출통제의 그림자
서울 오피스 개소 닷새 전인 6월 12일,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인 ‘페이블5(Fable 5)‘와 ‘미토스5(Mythos 5)‘에 대해 외국인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수출통제 명령을 발동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었다.
발동 배경에는 구체적인 사건이 있었다. 한국 최대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앤트로픽의 초청형 사이버보안 컨소시엄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통해 미토스5에 접근했으며, 미국 당국이 SK텔레콤의 대중국 연계를 의심했다는 정황이 백악관에 파악됐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SK텔레콤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관련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앤트로픽의 최대 투자사 아마존이 페이블5의 안전 장치 우회 사례를 별도로 발견해 백악관에 신고한 것도 수출통제의 배경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 기관 전체의 접근 권한이 일괄 취소됐다. 서울 오피스 개소 다음 날 앤트로픽의 국제 담당 이사 크리스 치아우리(Chris Ciauri)는 “며칠 안에 복구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6월 21일 NSA 청문회에서 증언이 이어지며 수출통제 연장이 확인됐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한국의 최상위 모델 접근은 아직 차단된 상태다.
이 사태는 앤트로픽만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달 6월 2일 “첨단 AI 혁신 및 보안 촉진” 행정명령을 발동해, 프런티어 모델의 개발·배포에 대한 연방 정부의 사전 접근 및 자발적 검토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AI 기술이 곧 안보 자산이라는 인식이 미국 정부 안에서 점점 굳어지고 있다.
한국의 AI 도입 속도와 주권 사이에서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모델 접근 차단을 넘어선다. 네이버, 삼성, LG 같은 한국 대기업들이 핵심 개발 인프라로 외국 AI 모델을 채택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동안, 그 모델에 대한 접근 권한은 미국 정부의 정책 결정 하나에 좌우된다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물론 이번 차단이 일시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높다. 앤트로픽과 미국 정부 사이의 협상이 진행 중이며, 앤트로픽이 한국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만큼 완전한 차단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번 일은 “언제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앤트로픽의 서울 상륙은 한국 AI 생태계의 성장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성장이 미국 빅테크 및 미국 정부 정책에 얼마나 깊이 묶여 있는지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한국이 AI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과, 그 기술에 대한 자율적 통제 능력 사이의 간극 — 이것이 앤트로픽 서울 오피스가 남긴 진짜 숙제다.
출처
- Anthropic 공식 발표: Seoul office & Korean AI ecosystem partnerships
- The Korea Times: Anthropic opens Seoul office to expand ties with Korean AI ecosystem (2026.06.18)
- TechTimes: Anthropic Opens Its Seoul Office Even as a US Export Ban Cuts Korean Access to Its Top Models (2026.06.19)
- TechTimes: Korea Makes Largest Claude Code Bet in Asia as NSA Testimony Extends the Export Ban (2026.06.21)
- Tom’s Hardware: SK Telecom named as the Korean carrier at the center of Anthropic’s Mythos export controls controversy
- White House: Promoting Advanced Artificial Intelligence Innovation and Security (2026.06.02)
- AI Post Korea: 앤트로픽, 서울 사무소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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