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전력시장 개편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제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 제도가 육지 계통으로 확대되면, 태양광·풍력 발전소는 더 이상 발전한 만큼 무조건 사주는 ‘비중앙급전’ 자원이 아니라, 일반 발전기처럼 전력시장에 입찰하고 급전지시를 따르는 ‘시장 참여자’가 된다. 동시에 정부 지시로 발전을 줄였을 때(출력제어) 보상을 받는 길도 열린다. 발전량이 곧 수익이던 시대에서, ‘언제·얼마나’ 발전하느냐가 수익을 가르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windmills on green field under white sky during daytime Photo by American Public Power Association on Unsplash

왜 지금 입찰제도인가 — 출력제어라는 구조적 병목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추진되는 배경에는 ‘출력제어(curtailment)’ 문제가 있다. 태양광·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출렁이는데, 특정 시간대에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계통 안정을 위해 발전을 강제로 줄여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제주에서는 이 출력제어가 일상이 됐고,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멀쩡히 만든 전기를 버리는 손실이 누적돼 왔다.

기존 제도에서 태양광·풍력은 전력거래소 기준 ‘비중앙급전발전기’로 분류돼, 계통 혼잡이나 경부하 시 출력제어를 당해도 SMP·REC 수익이 사라질 뿐 별도 보상이 없었다(신·김 법무법인 뉴스레터). 발전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유로 손실을 떠안는 구조였던 셈이다.

문제의 크기는 데이터로 드러난다. 기후솔루션이 2025년 11월 발표한 제주 사례 분석(분석기간 2022년 9월2024년 3월)에 따르면, 화력 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을 국제 권고 수준(2040%)까지 낮추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최대 약 70% 완화할 수 있고, 이 경우 연료비를 최대 45억 원, 온실가스를 최소 3,044톤에서 최대 1만1,740톤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기후솔루션 보도자료). 출력제어가 단순한 사업자 손실을 넘어, 계통 운영의 비효율과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무엇이 바뀌나 — 준중앙자원과 출력제어 보상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가격입찰이다. 재생에너지도 일반 발전기처럼 전력시장에 입찰해 가격 결정에 참여하고, 급전지시 이행 등 중앙급전발전기로서의 책임을 진다. 가격 원리에 따른 출력제어 원칙이 적용되므로, 시장 신호에 맞춰 발전 전략을 짜면 출력제어 상황에서도 판매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 운영규칙」 제주 시범사업 개정안, 2023년 8월).

둘째, 출력제어 보상이다. 새로 도입되는 ‘재생에너지 준중앙자원’ 제도에서는 일정 기술요건을 갖춰 등록한 발전소가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따라 출력을 조정하면, 그 대가로 추가 정산금(부가정산금)과 용량요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계획보다 많거나 적게 발전해 생긴 비용·손실을 보전하는 부가정산금이 재생에너지에도 지급되는 구조다.

다만 준중앙자원 제도의 세부 시행규칙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보상의 수준, 등록 기술요건, 입찰 단위 등 사업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향후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 과정에서 정해질 전망이라, 현시점에서 수익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windmill on grass field during golden hour Photo by Karsten Würth on Unsplash

제주에서 육지로 — 일정과 사업자 생태계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제주에서 시범운영으로 노하우를 쌓은 뒤, 비중이 낮은 국가 계통 전체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잡고 있다. 2026년 2월 발표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6년 주요 업무계획에도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확대 방향이 담겼다(기후에너지환경부, 법률신문·신·김 뉴스레터 보도). 다만 구체적인 전국 확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제주 시범사업 성과 점검과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육지 적용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육지에 적용할 때는 제도 설계가 제주와 달라질 수 있다.

이 변화의 최전선에는 전력중개사업자가 있다. 입찰제도에 참여하려면 RTU 등 계량·통신 설비를 설치·유지하고, 흩어진 소규모 자원을 모아 입찰·관제·정산을 수행해야 한다. 개별 태양광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라, 자원을 묶어 운영하는 VPP(가상발전소)·전력중개사업자의 역할이 커진다. ‘설치만 하면 끝’이던 태양광 사업이 ‘운영을 잘해야 돈을 버는’ 사업으로 바뀌는 셈이다.

가격 환경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2026년 6월 들어 SMP와 REC 가격이 5월 대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고(전력거래소·업계 집계), 3분기 전기요금은 연료비조정단가 kWh당 +5원을 유지하며 17분기 연속 동결됐다(한국전력, 2026년 6월 22일). 한전의 누적 적자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수익의 변동성을 줄여 줄 제도적 장치로서 입찰·보상 제도의 설계 디테일이 더욱 중요해지는 국면이다.

So What — 발전사업자가 지켜봐야 할 신호

요약하면,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는 ‘얼마나 짓느냐’에서 ‘어떻게 운영하느냐’로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출력제어 보상이 명문화되면 그동안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떠안던 손실이 일부 보전되지만, 동시에 입찰·관제 역량이 없는 사업자는 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향후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에서 ▲출력제어 보상의 산정 방식 ▲준중앙자원 등록 요건 ▲육지 확대 시점과 적용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태양광·풍력 사업의 손익을 가를 핵심 변수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 운영규칙」 제주 시범사업 개정안(2023.8); 기후솔루션 제주 출력제어 분석 보도자료(2025.11.5); 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 주요 업무계획(2026.2); 한국전력 3분기 전기요금 발표(2026.6.22); 신·김 법무법인 뉴스레터; 전력거래소(KPX) SMP·REC 가격 동향. 본문의 시행 일정·보상 수준은 제도 확정 전 추정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