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은 어떻게 결정될까. 매달 고지서에 찍히는 숫자 하나지만, 그 뒤에는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이라는 네 가지 구성 요소와 ‘총괄원가’라는 원칙이 작동한다. 2026년 7월, 한국전력은 3분기(7~9월) 전기요금을 또다시 동결했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됐고, 이로써 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17개 분기 연속 같은 값에 머물렀다(아주경제).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의 전기요금은 ‘원가’가 아니라 ‘정책’이 정한다 — 산식이 요금을 내리라고 말할 때조차 정부와 한전은 47조 원대 누적 적자를 메우기 위해 요금을 묶어 둔다. 왜 원가가 바뀌어도 요금은 잘 움직이지 않는지, 그 구조를 뜯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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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을 이루는 네 가지 요소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은 단일 항목이 아니라 다음 계산식으로 만들어진다.
전기요금 = 기본요금 + 전력량요금 + 기후환경요금 ± 연료비조정요금
| 구성 요소 | 무엇에 매기나 | 변동 주기 | 특징 |
|---|---|---|---|
| 기본요금 | 계약전력(요금적용전력) | 거의 고정 | 사용량이 0이어도 부과되는 고정성 요금 |
| 전력량요금 | 실제 사용량(kWh) | 요금 개정 시 | 주택용은 3단계 누진 구조 |
| 기후환경요금 | 사용량(kWh)×단가 | 연 1회 산정 | RPS·배출권·석탄감축 등 ‘깨끗한 전기’ 비용 |
| 연료비조정요금 | 사용량(kWh)×조정단가 | 매 분기 | 연료비 변동 반영, 분기 ±3원·연 누적 ±5원 상한 |
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전기요금 구성), 한국전력 전기공급약관
- 기본요금: 실제 사용량과 무관하게, 계약전력에 매기는 고정성 요금이다. 전기를 거의 쓰지 않아도 부과된다.
- 전력량요금: 실제 사용한 전력량(kWh)에 단가를 곱한 값. 주택용의 경우 많이 쓸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 구조가 적용된다.
- 기후환경요금: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RPS), 온실가스 배출권거래(ETS), 석탄발전 감축 등 ‘깨끗한 전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다. 매년 단가가 정해진다.
- 연료비조정요금: 석탄·천연가스(LNG)·유류 등 발전 연료비 변동분을 반영하는 항목으로, 매 분기 조정단가가 바뀔 수 있다. 조정 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3원, 연간 누적으로는 ±5원이 상한이다.
여기에 더해 최종 고지서에는 이 네 요소의 합계에 **부가가치세 10%**와 **전력산업기반기금 3.7%**가 얹히고, 주택용에는 **TV 수신료(월 2,500원)**가 함께 청구된다. 즉 우리가 실제로 내는 금액은 ‘전기요금’만이 아니라 세금·부담금까지 포함한 값이다.
핵심은 마지막 두 요소다. 국제 연료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을 요금에 반영하는 통로가 ‘연료비조정요금’인데, 정작 이 값이 몇 년째 +5원에 고정돼 있다는 점이 오늘날 전기요금 논쟁의 출발점이다.
총괄원가 보상 원칙 — 요금의 뼈대
전기요금 수준을 정하는 상위 원칙은 총괄원가 보상이다. 전기를 공급하는 데 든 총괄원가만큼을 요금으로 회수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총괄원가는 크게 네 덩어리로 구성된다 — ① 발전·송배전 등에 들어간 영업비용(연료비·인건비·감가상각 등), ② 빌린 돈에 대한 타인자본보수(지급이자), ③ 자기자본에 대한 자기자본보수(적정이윤), 그리고 ④ 법인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 중 적정 투자보수와 법인세가 한전 총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16.7% 수준이다(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
이 원칙을 요금이 얼마나 따라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원가회수율이다. 회수율이 100%면 원가를 딱 회수하는 것이고, 그 아래면 팔수록 손해다. 실제로 2022년 에너지 위기 때 한전의 원가회수율은 70%를 밑돌았다 — 100원어치 전기를 만들어 70원도 못 받고 판 셈이다.
이 원칙대로라면 원가가 오르면 요금도 올라야 정상이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국민 생활과 물가에 직접 닿는 ‘관리 물가’ 성격을 띠기 때문에, 원가가 올라도 정부·한전이 인상 시점과 폭을 재량으로 조절해 왔다. 이런 ‘관리 물가’로서의 성격은 뿌리가 깊다. 오늘날 주택용 요금의 누진 구조부터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직후, 석유 위기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려 도입된 것이다(누진제 시행 1974년). 그때 이래로 전기요금은 순수한 원가 산식보다 물가·민생이라는 정책 변수에 좌우돼 온 오랜 관성을 갖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총괄원가와 실제 요금 사이의 괴리이며,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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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연동제는 왜 도입됐나 — 2011년의 기원
사실 연료비조정요금(연료비 연동제)은 이번이 처음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한국은 2011년 7월 유가 변동을 요금에 자동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처음 시행하려 했지만, 곧바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두바이유 기준 2011~2013년 연평균 배럴당 105달러 이상) ‘가계·기업 부담’을 이유로 정부가 정산을 유보했고, 결국 2014년 5월 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그러다 2020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거쳐 ‘원가연계형 요금체계’라는 이름으로 2021년 1월 청구분부터 다시 살아났다(정책브리핑).
즉 ‘연료비를 요금에 연동한다’는 원칙은 10년 넘게 도입→유보→폐지→재도입을 반복해 온, 정책 의지가 유가에 번번이 꺾여 온 제도다. 그리고 2021년 재도입 이후에도 이 산식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상한(±5원)이나 정책 재량에 막혀 사실상 무력화됐다. 실제로 산식이 계산한 ‘필요 조정단가’와 정부가 실제로 적용한 조정단가는 최근 분기마다 크게 벌어졌다.
| 시점 | 산식상 필요 조정단가 | 실제 적용 | 괴리 |
|---|---|---|---|
| 2026년 1분기 | -13.3원/kWh | +5원 유지 | +18.3원 |
| 2026년 3분기 | -3.4원/kWh | +5원 유지 | +8.4원 |
필요 조정단가는 실적연료비에 변환계수(0.1335kg/kWh)를 적용해 산출. 출처: 뉴시스, 서울경제
표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산식대로라면 요금을 내릴 수 있었는데도 정부는 두 분기 연속 +5원을 유지했다. 연료비 연동제라는 ‘자동 반영 장치’가 정작 내려야 할 국면에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한전 적자, 얼마나 쌓였나 — 요금 동결의 청구서
요금을 눌러 온 대가는 한전의 재무제표에 고스란히 쌓였다. 2021~2023년 3년간 한전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값에 전기를 팔며 누적 영업적자 47조 8,000억 원을 냈고, 이 중 약 36조 1,000억 원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단일 연도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비가 폭등한 2022년에만 32조 6,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한국일보).
역설적인 것은, 요금 정상화가 뒤늦게 진행되면서 한전이 최근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2025년 한전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조 5,00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런데도 연결 총부채는 205조 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흑자를 내도 하루 평균 119억 원씩 나가는 이자와 130조 원에 육박하는 차입금 잔액이 발목을 잡는다. 3년간의 적자가 그대로 빚으로 굳어 버린 것이다(이투데이). 지금의 동결은 이 빚을 갚아 나가는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2026년 3분기 동결이 말하는 것
2026년 3분기 결정에는 이 구조의 모순이 압축돼 있다. 한전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5원으로 유지했는데, 앞서 본 것처럼 산식상 필요 조정단가는 -3.4원/kWh 수준이었다. 산식대로라면 오히려 내릴 여지가 있었다는 뜻이다(서울경제).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두 숫자를 정리하고 넘어가자. 흔히 언급되는 ‘17개 분기’와 ‘13개 분기’는 서로 다른 지표다. 17개 분기는 연료비 조정단가가 +5원에 묶여 안 바뀐 기간이고, 13개 분기는 일반용(및 주택용) 전기요금 총액이 동결된 기간이다. 참고로 산업용은 7분기 연속 동결로, 항목별로 동결 시점이 다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인하 대신 +5원 유지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눌러온 요금 탓에 한전 적자가 누적돼 있어, 산식상 내릴 수 있을 때 내리기보다 현 수준을 지켜 재무구조를 회복시키겠다는 판단이다. 요금 결정권이 사실상 정부에 있다는 점도 드러난다 — 형식은 한전의 신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물가·한전 재무·에너지 정책을 저울질해 조정단가를 ‘통보’하는 구조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2011년에도 연료비 연동제 산식은 인상을 가리켰지만, 정부는 ‘비상시 정산 유보’라는 이름으로 요금 반영을 막았다. 그리고 그 유보가 누적된 결과, 연료비가 폭등한 2022년 한전은 32조 원대 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 산식이 ‘움직여도 된다’고 말할 때조차 요금을 묶어 두는 지금의 선택은, 10여 년 전 ‘제때 못 반영한’ 실패의 뒷정리이자, 언젠가 몰아서 청구될 부담을 다시 미루는 익숙한 패턴의 연장이다.
여기서 읽어야 할 신호(So-What)는 세 가지다. 첫째, 지금의 동결은 ‘요금 안정’이 아니라 과거에 못 올린 부담을 미래로 이연하는 성격에 가깝다. 둘째, 연료비 연동제가 상한(±5원)과 정책 재량에 막혀 사실상 무력화돼 있어, 도매가격(SMP) 신호가 소매요금에 제때 전달되지 못한다. SMP는 발전사가 한전에 전기를 파는 도매가격으로 매일·매월 움직이지만(전력거래소 KPX), 소비자 요금은 그 변동과 사실상 단절돼 있다. 셋째, 이 괴리가 길어질수록 향후 요금 정상화 국면에서 인상 압력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정리하면 전기요금은 ‘기본+전력량+기후환경±연료비조정’이라는 산식으로 계산되지만, 그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총괄원가와 정책 판단의 힘겨루기다.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의 동결은 반갑지만, 205조 부채라는 청구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음 분기 조정단가 결정과 기후환경요금 단가 조정이 그 방향을 가늠할 다음 이정표다.
※ 이 글은 특정 종목·기업에 대한 투자 조언이 아니며, 공개된 시장·정책 정보를 바탕으로 한 해설입니다.
출처: 아주경제(3분기 전기요금 동결), 서울경제(연료비조정단가 +5원 유지), 뉴시스(전기료 동결·변환계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전기요금 구성), 정책브리핑(연료비 연동제 도입), 한국일보(한전 2022년 32조 적자), 이투데이(한전 부채 205조), 에너지경제연구원·KESIS(전기요금 결정구조), 전력거래소 KPX(S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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