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LNG 산업 행사인 가스텍(Gastech) 2026이 오는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태국 방콕 BITEC 전시장에서 열린다. 올해의 핵심 메시지는 하나로 모인다 — “전 지구적 에너지 수요가 공급을 만나는 곳(Where Global Energy Demand Meets Supply)”. 5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가스 전시회를 넘어, 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전력 수요 폭증과 중동발 공급 불안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리다. 지난 3월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LNG 시설이 피해를 입어 아시아 수입국들이 홍역을 치른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올해 방콕의 화두는 어느 해보다 ‘안보’에 쏠려 있다.

이 글은 가스텍 2026의 개요와 규모, 그리고 지난해 밀라노와 확연히 달라진 올해의 세 가지 특징을 취재 자료로 정리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스텍 2026은 ‘탈탄소 전환’이라는 지난 10년의 구호가 ‘에너지 안보와 AI 전력 확보’라는 현실 의제에 자리를 내주는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반세기 전 오일쇼크가 ‘에너지원 다변화’라는 화두를 낳았듯, 2026년 방콕은 그 다변화의 방식이 또 한 번 진화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방콕 스카이라인 — 가스텍 2026이 열리는 도시 Photo by pure gold Photographer on Pexels

가스텍 2026 개요: 방콕 BITEC, 9월 14~17일

가스텍은 dmg events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가스·LNG 전문 행사다. 2026년 행사는 태국 에너지부가 호스트를 맡고, 태국전력공사(EGAT)·PTT·Gulf가 국가 컨소시엄 파트너로, Ratch·EGCO·에너지규제위원회(ERC)가 서포터로 참여한다. 개최지 확정과 프로그램 구성은 dmg events와 태국컨벤션전시국(TCEB)이 협력했다. 한 나라의 에너지부와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총출동해 유치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이 행사가 단순 전시회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외교의 무대임을 말해준다.

규모는 압도적이다. 아래 표는 주최 측이 밝힌 가스텍 2026의 핵심 지표다.

항목규모비고
참가자50,000명 이상150개국 이상에서 방문
전시업체800개사 이상밸류체인 전 영역 (8/26 확정)
연사800명 이상장관·CEO급 포함 (8/26 확정)
컨퍼런스 세션200개3단 구조로 운영
개최 회차54회1972년 창설 이래

출처: dmg events / Gastech 2026 공식 발표, gastechevent.com

컨퍼런스는 세 개의 층위로 나뉜다. ① 전략 컨퍼런스(Strategic Conference) — 각국 장관과 최고경영진이 정책·지정학을 논하는 고위급 대화, ② 기술·상업 컨퍼런스(Technical & Commercial Conference) — 데이터에 기반한 기술·계약 실무 발표, ③ 가스텍 에너지 클럽(Energy Club) — 장관·정부 고위 관료·C레벨만 참여하는 비공개 포럼. 정책·기술·거래가 한 지붕 아래에서 동시에 돌아가는 이 구조가 가스텍을 다른 에너지 전시회와 구분 짓는 핵심이다. 지난해 밀라노 행사가 600억 달러(약 83조 원) 규모의 상업 협약·투자 활동을 촉발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는데, 이는 가스텍이 ‘보여주는 전시회’가 아니라 ‘거래가 성사되는 시장’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dmg events의 크리스토퍼 허드슨 회장은 “에너지 산업이 최근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압박받는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가스텍 2026은 국제 에너지 산업의 협력과 조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의 핵심 만남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세션이 열리나 — 프로그램 구성

가스텍의 컨퍼런스는 200개 세션, 18개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고, 800명 이상의 연사가 오른다. 크게 전략·기술·특별 프로그램으로 나뉘며, 각 트랙의 세부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트랙주요 프로그램
전략 컨퍼런스전략 리더십, 글로벌 에너지 규제당국 포럼, 일본 에너지, 전력화(Electrification), 저탄소 솔루션, 수소, AixEnergy
기술·상업 컨퍼런스EPC·가스 처리, 상업(거래·계약), AI·디지털화, 수소, 해운·조선, 저탄소 솔루션
특별 프로그램공급망·조달, 호스티드 바이어, 에너지 전환 인재(Talent), 미래 리더(Future Leaders)

출처: Gastech 2026 공식 컨퍼런스 프로그램, gastechevent.com

눈에 띄는 건 ‘전력화’와 ‘AI·디지털화’가 별도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가스·LNG 중심이던 학회에 전력·AI 세션이 정식 트랙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올해의 변화를 상징한다. 여기에 각국 에너지 규제당국이 모이는 ‘글로벌 에너지 규제당국 포럼’, 아시아 최대 LNG 수입국인 ‘일본 에너지’ 전용 세션도 마련됐다. 우수 프로젝트를 시상하는 **엑슨모빌 파워플레이 어워즈(ExxonMobil Power Play Awards)**도 행사 기간 열린다.

누가 오나 — 참여 기업과 전시 구성

가스텍 2026에는 밸류체인 전역에서 800개사 이상의 전시업체가 참여한다(주최 측 사전 홍보는 1,000개사였으나 8월 26일 발표에서 800개사로 확정됐다). 주최 측 발표 기준, 태국 에너지부가 호스트를 맡고 글로벌 메이저인 셰브런·엑슨모빌·셸(Chevron·ExxonMobil·Shell)이 코호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본 국가 컨소시엄(EGAT·PTT·Gulf)에 더해, 장관·임원급 비공개 포럼인 에너지 클럽은 미국 LNG 수출기업 **벤처글로벌(Venture Global)**이 호스트를 맡는다.

참여 기업의 스펙트럼은 넓다. 셰브런·셸·토탈에너지스 같은 국제석유회사(IOC), ADNOC·페트로나스 같은 국영석유회사(NOC), 벡텔·베이커휴즈·지멘스에너지 같은 엔지니어링·기술 기업, 그리고 트라피구라·비톨 같은 원자재 트레이더와 맥킨지·BCG 같은 컨설팅까지 — 에너지 ‘생산-수송-거래-자문’의 전 사슬이 한자리에 모인다.

전시는 6개 섹터로 구성된다.

전시 섹터내용
천연가스·LNG생산·액화·수송·터미널 등 핵심 밸류체인
전력화(Electrification)발전·송배전, 전력시장
저탄소 솔루션CCUS·탈탄소 기술
수소생산·저장·운송
해운·조선LNG 운반선·벙커링
AixEnergyAI·데이터센터·차세대 에너지 시스템

출처: Gastech 2026 전시 안내, gastechevent.com

즉 가스텍 2026은 ‘가스 전시회’라는 이름표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발전·전력망·수소·해운, 그리고 AI 인프라까지 — 에너지 전환기의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방콕 한 곳에 모이는 자리다.

올해 특징 ① AixEnergy — AI 전력수요가 가스 산업의 새 무대로

가스텍에서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AixEnergy다. AI, 컴퓨팅 인프라, 에너지 시스템의 교차점을 다루는 전용 컨퍼런스·전시회로 2025년 밀라노에서 처음 선보였고, 가스텍과 같은 장소에서 병행 개최된다. 취지는 명확하다 — 폭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무엇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숫자가 위기감을 설명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2년 약 460TWh였으나, 2026년 1,000TWh 안팎으로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IEA는 2030년에도 약 945TWh(기준 시나리오) 수준으로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을 예상하며, AI 확산이 더 빠른 고성장 시나리오에서는 증가폭이 이보다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뒷받침할 신규 인프라 투자는 수조 달러 단위로 추산된다.

2022 2026(E) 2030(E) 460 ~1,000 ~945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TWh, 높을수록 부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추이·전망. 2026년 약 1,000TWh로 2022년의 두 배를 넘고, 2030년에도 두 배 이상 수준. 출처: IEA Electricity 2024 전망.

여기서 가스가 주인공으로 재등장한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고, 원자력은 신규 건설에 10년 이상이 걸린다. 반면 가스복합화력(LNG 발전)은 2~3년 안에 대규모 기저·첨두 전력을 붙일 수 있다. 아래는 AI 시대 전력원을 고를 때 반복되는 삼각 트레이드오프다.

전원건설 소요24시간 안정성탄소배출
가스복합화력2~3년높음(연속)중간
원자력10년 이상매우 높음매우 낮음
태양광·풍력1~2년낮음(간헐)매우 낮음

출처: 일반적 전원 특성 비교(발전 방식별 통상 리드타임·가동 특성).

즉 ‘AI의 전기 허기’를 지금 당장 채울 현실적 카드가 천연가스라는 인식이, 한때 ‘전환기 연료’로 밀려나던 가스를 다시 무대 중앙으로 끌어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자체 전력 확보에 나서면서, 가스 업계에는 뜻밖의 신규 대형 고객이 생긴 셈이다. AixEnergy는 바로 이 지점 — 기술 기업, 에너지 기업, 투자자가 한자리에서 전력 확보 전략을 맞추는 장 — 을 겨냥한다.

올해 특징 ②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겨간 무게중심

가스텍의 개최지 변화는 그 자체로 세계 가스 시장의 무게추가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2023년 싱가포르, 2024년 휴스턴, 2025년 밀라노를 거쳐 2026년 방콕으로 향하는 흐름은 우연이 아니다. 수요 성장의 엔진이 아시아이기 때문이다.

LNG 운반선 — 아시아가 세계 LNG 수요 증가를 견인한다 Photo by Enguerrand Photography on Unsplash

사실 아시아는 LNG 시대의 후발주자가 아니라 개척자였다. 세계 최초의 상업 LNG가 1964년 알제리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지 5년 만인 1969년, 일본 도쿄전력이 알래스카산 LNG를 요코하마 네기시 기지로 들여오며 세계 최초로 LNG를 발전 연료로 쓴 전력회사가 됐다. 한국도 1986년 평택 기지에서 인도네시아산 LNG로 도입을 시작해 오늘날 세계 3위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반세기에 걸쳐 아시아는 ‘LNG를 처음 태운 대륙’에서 ‘세계 교역의 절반 이상을 빨아들이는 대륙’으로 성장했고, 2026년 방콕은 그 궤적의 현재 좌표인 셈이다.

지금 동남아시아는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같은 전통적 가스 수출국의 자국 생산은 노후화로 정체·감소하는데, 인구 6억 명이 넘는 역내 경제는 전력·산업용 가스 수요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그 결과 태국·베트남·필리핀이 잇달아 LNG 수입국으로 전환했다. 개최국 태국은 이미 순수입국으로 돌아섰고, PTT를 앞세워 역내 LNG 허브를 노리고 있다. 이번 호스트 유치도 그 전략의 연장선이다 — 방콕을 ‘가스가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가스 거래가 결정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일본·중국이라는 동북아 3대 수입국에 동남아 신흥 수요가 더해지면서, 세계 LNG 교역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로 향한다. 판매자(미국·카타르·호주)가 구매자를 찾아 방콕으로 오는 구도인 셈이다. 가스텍이 “수요가 공급을 만나는 곳”을 표어로 내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럽(런던·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미주와 아시아를 오가던 이 행사가 방콕에 자리 잡은 것은, 지난 50년간 세계 에너지의 수요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겨온 긴 이동의 축약판이다.

올해 특징 ③ ‘탈탄소’에서 ‘에너지 안보’로 이동한 최우선 의제

지난 몇 년 가스텍의 언어는 ‘넷제로’와 ‘에너지 전환’이 지배했다. 2026년의 언어는 다르다. **공급 안정성(supply security)과 시스템 회복력(resilience)**이 전면에 나섰다. 배경에는 고조되는 지정학적 불안이 있다.

특히 아시아 수입국들에게 2026년 3월의 사건은 경종이었다. 이란-이스라엘 국면이 격화되던 3월 중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도시의 핵심 LNG 생산 시설이 피해를 입어 카타르 전체 LNG 수출 능력의 약 17%(연 1,280만 톤 안팎)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을 포함한 장기계약 수입국들은 현물 시장 노출 확대라는 부담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 하나에 아시아 에너지 안보가 묶여 있다는 오랜 취약점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한국의 대응은 이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가스공사(KOGAS)는 중동산 LNG 의존을 빠르게 낮춰 왔다.

33% 2024년 <20% 2025년 말 한국 중동산 LNG 수입 비중 (낮을수록 안보↑)
한국은 중동산 LNG 비중을 33%(2024)에서 20% 미만(2025년 말)으로 낮추고, 그 빈자리를 오세아니아·북미로 채웠다. 출처: 국내 언론 종합 보도(2026).

가스공사는 2024년까지 33%에 달하던 중동산 비중을 2025년 말 20% 미만으로 낮췄고, 그 자리를 호르무즈 해협과 무관한 호주·북미로 채웠다. 2025년에는 미국과 연 330만 톤 규모의 장기계약을 맺었고, 2026년 호주·캐나다 지분 물량을 전량 국내로 들여오기로 했다. ‘가장 싼 가스’가 아니라 ‘가장 끊기지 않는 가스’를 사겠다는 것 — 이 계산이 방콕 회의장의 계약 테이블을 지배할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셈법도 비슷하다. 일본은 오랜 LNG 수입 경험을 바탕으로 산지 다변화와 재판매(리로딩) 유연성을 무기로 삼고, 중국은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PNG)와 해상 LNG를 병행해 협상력을 키운다. 공통점은 하나다 — 이제 아시아 구매국들은 ‘싸게 사는 법’만큼이나 ‘끊기지 않게 사는 법’을 우선한다. 이 변화가 판매자 우위였던 LNG 장기계약의 조건을 조금씩 구매자 쪽으로 밀고 있다.

투자 조언이 아니다. 이 글은 공개된 시장·정책 동향과 산업 행사 정보를 해설한 것으로, 특정 기업·종목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는다. 인용한 수치는 보도·주최 측 발표에 근거하되, 확정되지 않은 전망치는 추정임을 밝힌다.

8월 업데이트: 개막 임박, 확정된 것들

주최 측이 8월 26일 규모와 연사 라인업을 확정 발표했다. 7월 시점의 예고와 달라진 지점을 정리한다.

규모 — 5만 명, 800개사, 200개 세션

항목확정 수치
참가자5만 명 이상, 150개국
전시 기업800개사 이상
연사800명 이상
컨퍼런스 세션200개
특화 프로그램18개

주최 측이 함께 공개한 숫자 하나가 이 행사의 성격을 압축한다. 지난해 가스텍이 촉발한 계약·투자 규모가 약 600억 달러다. 전시회라기보다 거래가 성사되는 장이라는 뜻이고, 기업들이 굳이 방콕까지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확정된 참석자 — 각국 장관과 규제기관장

정부·규제기관 쪽 라인업이 눈에 띈다.

  • 아카낫 프롬판 태국 에너지장관 (주최국)
  •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
  • 로라 스웨트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위원장
  • 간 시우 후앙 싱가포르 통상산업·외교부 정무장관
  • 이집트·나이지리아·오만의 석유·에너지 담당 장관

미 에너지부 부장관과 FERC 위원장이 함께 오는 구성이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LNG 수출은 상품 수출 승인을 에너지부(DOE)가, 수출 터미널의 건설·운영 인허가를 FERC가 나눠 맡는다. 신규 터미널 승인 속도가 곧 아시아로 나올 물량의 시점을 좌우하므로, 두 관문의 책임자가 한자리에 서는 셈이다.

기업 쪽은 이렇다. 태국 EGAT 총재와 PTT CEO를 필두로 페트로나스, 인펙스(INPEX), 우드사이드, YPF의 최고경영자, 그리고 셸·엑슨모빌·셰브런의 가스·LNG 부문 최고책임자와 베이커휴즈 회장이 확정됐다. 아시아 최대 LNG 구매자인 일본 JERA의 CEO도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국영기업과 서구 메이저가 같은 무대에 서는 구성이다.

이번에 구체화된 두 축 — 전력화와 AI

두 축 모두 2025년 밀라노에서 처음 등장했고, 올해 정식 트랙으로 규모를 키웠다.

Electrification — 이번에 새로 확정된 것은 태국 전력공사 EGAT와 공동 편성한다는 점이다. 그리드 복원력과 산업용 전력 수요를 다룬다. 가스 행사에 ‘전력망’ 트랙이 정식으로 들어온 것 자체가 변화다. 가스가 발전 연료로만 소비되던 시절과 달리, 이제는 전력망 상황이 가스 수요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AixEnergy — 앞서 다룬 AI·에너지 병설 프로그램이다. 2025년 밀라노 데뷔 때부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의제로 내걸었고, 올해는 그것이 200개 세션 체계 안의 정식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 어디 있나 — 한국관과 조선 3사

한국 독자에게 가장 실용적인 대목이다. 가스텍 2026에는 South Korea Pavilion(한국관)이 설치된다. 주최 측은 한국을 “수소·암모니아·청정 해운에 정부 지원이 강한 첨단 에너지 경제”로 소개하고 있다. 다만 주최 측은 한국관 입점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보도로 확인되는 참가 기업은 조선·기자재에 몰려 있다.

그룹참가사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한화한화오션, 한화엔진, 한화파워시스템
삼성삼성중공업
공기업한국가스공사(구매자·유틸리티 자격)

국내 보도에 따르면 조선사들은 차세대 선박 기술을 선보이고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노리는 것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국제 선급협회 승인 확보, 주요 업체와의 MOU 체결, 글로벌 선주·운영사와의 파트너십 강화다.

여기서 한국의 위치가 드러난다. 가스텍의 주역은 가스를 파는 나라(카타르·미국·말레이시아)와 사는 나라(태국·일본·인도)인데, 한국은 그 사이에서 ‘운반 수단과 설비를 만드는 나라’로 선다. LNG 운반선과 엔진, 수소·암모니아 추진 기술이 한국 참가사들의 주력 품목인 이유다. 다만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가스공사는 구매자로 선다. 즉 한국은 이 행사에서 두 얼굴이다 — 공기업은 사는 쪽에, 산업계는 옮기고 태우는 설비를 파는 쪽에 있다.

출처: 가스텍 2026 공식 보도자료 (2026-08-26) · 가스텍 국가관 안내 · 헤럴드경제 (2026-08-08)

1972년 런던에서 2026년 방콕까지: 가스텍 54년의 궤적

가스텍의 역사는 곧 LNG 산업의 역사다. 행사는 1972년 런던에서 LNG 기술·수송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소규모 전문 회의로 출발했다. ‘Gastech’이라는 이름 자체는 1974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세 번째 회의에서 처음 붙었다. 초기에는 매년 열렸으나, 이후 국제 LNG 학회 등 인접 행사와 일정을 피하며 격년에 가까운 주기로 자리 잡아 오늘에 이르렀다.

이 시기 구분은 의미심장하다. 1972년은 세계 LNG 교역이 막 걸음마를 떼던 때다. 알제리가 1964년 영국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LNG를 수출한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았고, 이듬해 1973년 1차 석유파동이 세계를 강타하며 ‘중동 석유 일변도’의 위험이 처음으로 각인됐다. 가스텍은 바로 그 ‘에너지원 다변화’ 열망 속에서 태어난 행사인 셈이다.

여기서 역사의 수미상관이 드러난다. 1973년의 교훈이 ‘한 지역(중동 석유)에 에너지를 걸지 말라’였다면, 2026년의 교훈은 그 다변화의 방식마저 진화했다는 것이다. 반세기 전엔 ‘석유에서 가스로’ 연료 자체를 바꿨다면, 지금은 ‘중동 가스에서 호주·북미 가스로’ 같은 연료 안에서 공급원을 쪼갠다. 한국이 중동 비중을 33%에서 20% 미만으로 낮춘 것(위 그래프)이 바로 1973년에 각인된 그 본능의 2026년판이다. 반세기가 지나 다시 중동발 공급 충격과 에너지 안보가 최대 의제로 돌아온 2026년 방콕의 풍경은, 이 산업이 여전히 같은 근본 질문 — ‘어떻게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할 것인가’ — 을 놓고 씨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달라진 것은 무대의 위치다. 유럽에서 출발해 미주와 아시아를 오가던 행사가 2026년 방콕에 안착한 것은, 지난 50년간 세계 에너지의 수요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판매자 시장에서 구매자 시장으로 이동해 온 긴 여정의 축약판이다.

So What — 방콕이 던지는 세 가지 질문

가스텍 2026은 한국 에너지·산업계에 세 가지 실무 질문을 던진다.

첫째, AI 전력 수요를 천연가스로 얼마나, 언제까지 받칠 것인가. 데이터센터 전력을 둘러싼 가스 수요는 재생·원자력이 규모를 갖추기 전까지의 ‘가교’로서 최소 2030년대 초까지 존재감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 한국 역시 AI·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LNG 발전의 역할을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가 전력 계획의 쟁점이 된다.

둘째, 공급 다변화를 넘어 ‘안보 프리미엄’을 어디까지 지불할 것인가. 카타르 사태는 최저가 조달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금 비싸더라도 호르무즈에 묶이지 않는 물량을 확보하는 것 — 그 보험료를 얼마로 볼 것인가가 조달 전략의 핵심이 됐다.

셋째, 아시아가 가격 결정력을 가질 것인가. 수요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온 만큼, 방콕은 아시아 구매국들이 계약 조건에서 목소리를 키우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결국 가스텍 2026의 한 줄 메시지는 이것이다 — 에너지 전환의 이상(理想)과 에너지 안보의 현실이 방콕에서 정면으로 만난다. 그 접점에서 천연가스는, 적어도 이번 10년 동안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중요해지고 있다.


참고 출처

  • Gastech 2026 공식 사이트 (dmg events), gastechevent.com
  • “Gastech 2026 to convene global energy leaders in Bangkok”, LNG Industry, lngindustry.com
  • “About Gastech” (연혁), gastechevent.com/about-gastech
  • IEA, Electricity 2024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전망), iea.org
  • JERA, “50th Year Anniversary of LNG to Japan”(1969 일본 최초 LNG 도입), jera.co.jp
  • 국내 언론 종합 (한국 LNG 수입 다변화·카타르 공급 차질 관련 보도,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