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LNG 도입단가가 오르는지 내리는지 묻는다면, 2026년 8월 현재 정직한 답은 “지금은 오르고 있고, 2028년부터는 내려갈 여지가 있다”이다. 두 문장이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도입단가를 움직이는 힘이 지금과 그때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난 2~4월 중동에서 벌어진 일이 유가연동 계약의 시차를 타고 뒤늦게 도착하는 중이고, 2028년부터는 가스공사가 갈아끼운 계약들이 발효되면서 가격이 연동되는 기준 자체가 바뀐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싸진다” 또는 “비싸진다”가 아니다. 비싸지는 이유가 바뀐다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한국의 가스요금은 국제 유가를 따라 움직였다. 앞으로는 미국 천연가스 가격을 따라 움직이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로 올라간다. 도입단가의 그때그때 수준보다 이 전환이 훨씬 오래 남을 변화다.

red and white ship on sea under white clouds during daytime Photo by Mateusz Suski on Unsplash

지금 LNG 도입단가는 오르고 있다 — 요금표가 먼저 말했다

추측이 아니라 이미 청구서에 찍힌 숫자로 시작하자. 발전용 도시가스 요금은 2026년 3월 GJ당 16,048원이었다. 5월 17,961원, 6월 19,379원. 석 달 만에 20.1% 올랐다.

발전용 도시가스 요금 — 석 달 만에 +20.1% (높을수록 부담) 단위: 원/GJ · 2026년 · 세로축은 15,000원부터 시작 20,000 19,000 18,000 17,000 16,000 15,000 16,048 17,961 19,379 3월 5월 6월
3월 대비 6월 +20.1%. 같은 기간 민수용(주택용·일반용) 요금은 동결돼, 인상분은 발전·산업 부문이 먼저 떠안았다. 자료: 에너지경제(2026-05-29).

주목할 점은 같은 기간 주택용과 일반용, 즉 민수용 요금은 동결됐다는 것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민수용은 두 달(홀수월), 상업용·발전용은 한 달 주기로 조정된다. 조정 주기가 짧은 쪽부터 원가 상승이 그대로 통과한 것이다. 도입단가 상승의 첫 청구서는 가정이 아니라 발전소와 공장에 갔다.

원인은 국제 가격이다. 동북아 현물 지표인 JKM은 2월 27일 MMBtu당 10.725달러였다가 3월 19일 22.350달러로 3주 만에 두 배가 됐다. 이후 4월 중순 15달러 안팎까지 내렸다가 5월 19일 19.6달러로 되올랐고, 7월 말 21달러대를 찍은 뒤 8월 초 현재 18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JKM 동북아 LNG 현물가격 — 급등 뒤 전쟁 이전으로는 못 돌아왔다 단위: 달러/MMBtu · 2026년 · 가로축은 날짜 간격에 비례 0 6 12 18 24 10.7 22.4 15.0 19.6 18.8 2/27 3/19 4/17 5/19 8월 초 ↑ 라스라판 피격 직후
2월 말 대비 3월 중순 108% 상승. 이후 조정을 받았지만 전쟁 이전 10달러대로는 복귀하지 못했다. 자료: 서울경제(2026-03-20), 에너지경제(2026-05-29), Trading Economics, LNG Price Index.

그런데 가스공사가 들여오는 물량의 약 80%는 현물이 아니라 기간계약이다. 현물 가격이 두 배가 돼도 도입단가가 곧바로 두 배가 되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경로로, 더 느리게 온다. 유가다.

한국의 장기 도입계약은 전통적으로 유가에 연동돼 있고, 그 반영에는 시차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유가연동 계약의 도입가격은 통상 유가의 36개월 이동평균을 기준으로 약 45개월의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여기에 더해, 들여온 LNG가 국내 요금에 반영되기까지 다시 2~3개월이 걸린다. 유가 급등에서 요금 청구서까지는 두 개의 시차가 직렬로 붙어 있는 셈이다.

국제유가는 2025년 배럴당 65달러 안팎이었다가,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뒤이은 보복으로 급등했다. WTI는 4월 초 112달러대까지 올라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4월 30일에는 브렌트가 한때 126달러를 찍어 4년 만의 최고 수준에 닿았다. 이 상승분이 도입단가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시점이 바로 지금, 2026년 7~8월 이후다.

즉 지금 보이는 요금 인상은 봄에 벌어진 일의 전부가 아니라 앞부분이다.

왜 하필 지금인가 — 2026년은 원래 ‘내려갈 해’였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 2026년은 LNG 업계가 몇 년째 기다려온 해였다. 2010년대 말부터 투자한 대규모 액화설비가 한꺼번에 가동에 들어가는 해였기 때문이다.

시장분석업체 Kpler는 2026년 한 해에만 신규 액화능력 3,700만 톤이 시장에 들어온다고 봤고, IEA는 세계 LNG 생산이 2026년에 7% 이상(400억 ㎥ 이상)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그 결과 아시아 현물가격이 2025년 평균 12달러 안팎에서 2026년 9.5~1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연초의 컨센서스였다. 일부 기관은 2027년 8달러대까지 내다봤다.

이 전망은 틀렸다기보다, 다른 사건에 덮였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LNG 시장에서 “내년엔 공급이 남는다”는 컨센서스는 대체로 사건 하나에 무너져 왔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이 원전을 세우고 가스로 갈아타자 동북아 4개국 수입은 그해에만 전년 대비 13.2% 늘어 1억 3,900만 톤이 됐다. 2020년 4월에는 코로나로 수요가 사라지며 아시아 현물가격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지만, 아홉 달 뒤인 2021년 1월 12일 JKM은 32.49달러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한파와 파나마 운하 적체가 겹친 결과였다. 2022년 3월 7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84.76달러라는 기록이 다시 쓰였다. 액화설비는 짓는 데 5년이 걸리고, 사고는 하루면 난다. 공급 과잉 전망이 자주 빗나가는 이유는 전망이 부실해서가 아니라 이 시장의 공급이 느리고 사건이 빠르기 때문이다.

Ras Laffan satellite imagery taken in 2006 by NASA. 카타르 라스라판 LNG 단지(2006년 NASA 위성사진). 이미지: NASA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2026년 이번 사건의 진앙은 카타르 라스라판이다. 세계 최대 LNG 수출기지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란의 공격으로 LNG 생산라인 14기 중 2기, 가스액화(GTL) 설비 2기 중 1기가 피해를 입었다. 카타르 수출능력의 17%, 연간 1,280만 톤이 멈췄고 복구에는 3~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사태의 크기가 보인다. 2026년에 새로 들어올 예정이던 공급이 3,700만 톤인데, 그중 1,280만 톤어치가 카타르에서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이 겹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월 28일 시작된 봉쇄로 하루 100억 입방피트 이상, 세계 LNG 공급의 약 20%가 영향을 받았고 3월 1일부터 4월 24일까지 화물을 실은 LNG선은 단 한 척도 해협을 건너지 못했다.

수급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5월이다. 5월 10일 카타르산 LNG를 실은 파키스탄행 선박이 이란의 승인을 받아 호르무즈를 통과하며 수출이 재개됐다. 카타르에너지는 안전 통항이 확보되면 한 달 안에 가동률 50%, 두 달 안에 80%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8월 초에는 미국·이란·오만이 통행료 없이 해협을 다시 여는 60일 잠정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국제유가가 사흘 연속 떨어졌다. 8월 5일 기준 WTI는 75달러, 브렌트는 79달러 안팎이다.

다만 이는 멀쩡한 설비를 다시 돌리는 속도다. 그마저 순탄하지 않았다. 6월 21일에는 수출 터미널 재가동을 준비하던 중 라스라판 단지 내 바르잔 가스공급시설에서 폭발과 화재가 나 13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 카타르 당국은 공격이나 사보타주가 아닌 기술적 결함에 의한 산업사고로 결론지었지만, 재가동 일정에는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피격으로 부서진 1,280만 톤은 그와 별개로 수년간 돌아오지 않는다. 정리하면 2026~2027년의 공급 과잉은 취소된 게 아니라 깎였고 늦춰졌다. 하락 압력은 살아 있지만, 그 위에 지정학 프리미엄이 얹혀 있다.

40년 된 계산식 — 왜 한국 가스요금이 중동 유가를 따라갔나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왜 카타르에서 난 사고가, 그것도 한국이 사오는 물량의 15%에 불과한 나라의 사고가, 한국 가스요금 전체를 밀어 올리는가. 답은 물량이 아니라 계산식에 있다.

1986년 10월 31일, 인도네시아 아룬에서 출발한 LNG선이 평택기지에 5만 7,300톤을 부리면서 한국은 세계 일곱 번째 LNG 수입국이 됐다. 그때 계약서에 적힌 가격 산식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다만 그 산식을 만든 것은 한국이 아니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로 유가가 몇 달 만에 네 배로 뛰자, 발전을 석유에 의존하던 일본은 대체 연료로 LNG를 대량 도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당시 천연가스에는 국제 시세도, 선물시장도, 기준 지표도 없었다. 그래서 일본은 자국이 수입한 원유의 통관 평균가격, 이른바 JCC(Japan Crude Cocktail)에 LNG 가격을 붙였다. 가스가 발전소에서 석유와 직접 경쟁하니 “가스값은 석유값의 일정 비율”로 두면 양쪽 다 손해 보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한국과 대만은 뒤늦게 시장에 들어오면서 이 관행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한국 가스요금이 40년간 유가를 따라 움직인 이유는 한국이 중동에서 가스를 사와서가 아니다. 1986년부터 1999년까지 13년간 한국은 중동산 LNG를 아예 들여오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공급원이었다. 그런데도 요금은 유가를 따라갔다. 1970년대 일본이 만든 계약서 양식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계약 포트폴리오 — 만기 절벽과 그 자리를 채운 것

이 시점에 가스공사의 계약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하필 지난 2년이 한국 LNG 장기계약의 대규모 만기가 몰린 시기였기 때문이다.

구분상대연간 물량기간연동 지수
만료카타르(라스가스)492만 톤1995년 계약, 2024년 만료유가
만료오만(Oman LNG)약 406만 톤2000년 4월~2024년 말유가
만료 예정카타르210만 톤2026년 만료유가
가동 중셰니에르(미국 사빈패스)약 280만 톤2012년 계약, 2016년 개시, 20년헨리허브
가동 중카타르 석유공사200만 톤2025~2044년(20년)유가
가동 중BP(미국산)약 158만 톤2019년 계약, 2025년 개시, 15년(최대 18년)헨리허브
개시우드사이드약 50만 톤2026년 개시, 10.5년미공개
예정트라피구라약 230만 톤2028~2035년미국산 기반
예정토탈에너지스약 100만 톤2028~2038년미국산 기반
예정BP약 70만 톤2028~2038년미국산 기반

자료: 만료분은 S&P Global(2025-08-29), 카타르 200만 톤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2021-07), BP 158만 톤은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및 에너지신문(2019-09-24 체결 / 2022-04-22 조건 변경), 셰니에르는 Cheniere Energy 보도자료(2012-01-30)와 산업부 2019년 발표(계약 물량은 약 350만 톤이나 산업부는 연 280만 톤 도입 기준으로 밝힘. 정식 계약 개시는 2017년 6월, 첫 물량 도입은 2016년), 2028년 개시분은 가스공사 발표 및 국내 보도(2025-08~2026-05). 계약별 슬로프 등 세부 가격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표를 세로로 읽으면 두 가지가 보인다. 첫째, 2024년에만 카타르·오만에서 약 900만 톤의 장기계약이 끝났다. 둘째, 그 자리를 메우는 신규 물량은 2025년 358만 톤(카타르 200만 + BP 158만), 2028년 400만 톤으로 나뉘어 들어온다. 2025~2027년은 기간계약이 얇아진 구간이고, 부족분은 중기계약과 현물로 메워야 한다.

하필 그 구간에 카타르 사태가 터졌다. 카타르는 지난해 기준 한국 LNG 수입의 14.9%, 장기계약 물량의 약 20%를 차지했다. 계약이 얇아진 해에 남은 계약처마저 흔들린 셈이다. 2026년 6월 에너지 수입액이 전년 대비 45% 늘어난 데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

다만 만기가 몰리는 일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에 20~25년으로 맺은 초창기 동남아 계약들은 2010년대에 차례로 만료됐다. 인도네시아 바닥(Badak) 계약 연 100만 톤이 2017년 12월에 끝난 것이 그중 하나다. 그 시기를 지나며 가스공사가 새로 집어든 계약 방식이 지금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뒤에서 다시 보겠다.

현물이 얼마나 비싼지는 단가 차이가 말해준다. 2025년 한국의 LNG 수입량은 4,671만 톤(전년 대비 +0.9%), 평균 도입단가는 톤당 557달러였다. 장기계약 물량은 대체로 톤당 600달러 아래에서 형성됐지만, 현물은 높게는 710달러대까지 갔다.

2025년 LNG 도입단가 — 현물은 장기계약보다 확실히 비싸다 단위: 달러/톤 (낮을수록 유리) 현물 최고 호주 카타르 전체 평균 미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710 581 570 557 546 533 521 자료: 관세청 수입통계 기반 국내 보도(2026-01) · 현물 최고는 2025년 중 최고 체결 수준
기간계약이 만료돼 현물 비중이 늘수록 평균 도입단가는 위로 끌려간다. 톤당 150달러 차이는 연 100만 톤 기준 약 1억 5,000만 달러다.

진짜 변화는 ‘무엇에 연동되는가’다

지금까지가 단기 이야기라면,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이 들여오는 기간계약 물량 중 헨리허브 연동 비중은 약 17%다. 나머지 83%가량이 유가연동이다. 그런데 이 17%는 하늘에서 떨어진 숫자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맺어온 미국식 계약 두 건이 쌓인 결과다.

2012년 1월 30일, 가스공사는 미국 셰니에르와 사빈패스 장기계약에 서명했다. 유가가 아니라 월별 헨리허브 가격에 고정 수수료를 더하는 방식, 한국 최초의 미국식 계약이었다. 이 계약으로 2016년부터 연 280만 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2019년 9월 23일 뉴욕에서 서명한 BP 계약이다. 2025년부터 15년간 연 158만 톤을 받는 조건이었고(2022년 4월 최대 18년으로 조건 변경), 산업통상자원부는 체결 당시 이 계약가격을 “가스공사 기존 계약 대비 약 70% 수준으로 국내 직수입을 포함한 국내외 미국산 도입계약 중 최저가”라고 밝혔다. 이 물량이 실제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2025년이다.

가격 산식의 전환은 2028년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미 10년째 진행 중이다. 2028년에 들어오는 400만 톤은 그 전환의 세 번째 라운드이고, 이번에는 비중이 17%에서 절반 가까이로 올라간다.

헨리허브 연동 계약의 구조는 이렇다. 헨리허브 가격의 115% + 액화비용 + 수송비. 액화비용은 프로젝트 투자비 회수를 위한 고정 수수료 성격으로 최근 계약에서는 MMBtu당 2~3달러 수준이다. 유가가 아무리 뛰어도 이 산식에는 유가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올봄에 실증됐다. EIA에 따르면 호르무즈가 막힌 2월 28일부터 4월 24일까지 유럽 TTF는 35%, 동북아 JKM은 51%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헨리허브는 오히려 9% 내렸다. 같은 사건이 어떤 계약에는 51%의 인상으로, 어떤 계약에는 9%의 인하로 도착한 것이다. 계약서의 산식 한 줄이 만든 차이다.

가격 연동지수 구성 — 유가 일변도에서 절반씩으로 기간계약 물량 기준 비중(%) 2024년 실적 유가연동 83% 17% KEEI 권고안 유가연동 약 50% 헨리허브 약 50% 유가(브렌트·JCC) 연동 헨리허브(미국 가스) 연동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단일 지수 의존보다 유가연동 46.6~52.5% · 헨리허브연동 47.5~53.4%의 포트폴리오가 가격 상승 위험 관리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2028년 미국산 물량이 개시되면 실제 구성이 이 권고에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헨리허브 쪽이 앞으로 더 싸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EIA의 2026년 7월 단기에너지전망은 헨리허브 현물가격을 2026년 평균 MMBtu당 3.67달러, 2027년 3.49달러로 봤다. 미국 LNG 수출이 2025년 하루 151억 입방피트에서 2026년 174억, 2027년 186억 입방피트로 늘어나는데도 가격은 완만히 내려간다는 전망이다. 미국 내 가스 생산이 사상 최대라 수요 증가를 상쇄한다는 게 EIA의 설명이다.

다만 이 전망은 자주 위로 조정돼 왔다. 같은 기관의 5월 전망은 2026년 3.50달러·2027년 3.18달러였는데 6월에 3.60달러·3.46달러로, 7월에 다시 3.67달러·3.49달러로 올라갔다. 수출 확대가 헨리허브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전망의 방향이 아니라 전망의 수정 방향에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한국이 미국 가스를 더 사갈수록 미국 내 가격에 압력이 간다는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되, 아직 그것이 기관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래서 오르나 내리나 — 시점별로 답이 다르다

정리하자.

구간방향주된 이유
2026년 하반기~2027년상승24월 유가 급등이 45개월 시차로 유가연동 계약에 반영. 카타르 1,280만 톤 공백으로 현물 프리미엄 지속
2028년~2030년하락 여지헨리허브 연동 물량 연 400만 톤 추가 개시. 지연됐던 글로벌 공급 과잉이 이 시기에 본격화
2030년 이후불확실미국 LNG 수출 확대에 따른 헨리허브 상방 압력. 카타르 복구 완료 시점과 겹침

내려간다는 쪽에 서더라도 조건은 붙여야 한다. 첫째, 환율이다. 도입단가는 달러로 계약되고 요금은 원화로 매겨진다. 달러 강세는 도입단가 하락분을 상쇄한다. 둘째, 카타르 복구 일정이다. 35년이라는 추정이 맞다면 완전 복구는 20292031년이고, 그 전까지 세계 시장에서 1,280만 톤이 빠진 상태가 유지된다.

셋째, 지정학이다. 그리고 이 항목은 생각보다 무겁다. 호르무즈가 위협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이어진 이란-이라크 ‘탱커전쟁’ 때 400척이 넘는 선박이 공격받았다. 그런데도 이란은 해협 자체는 닫지 않았다. 닫는 순간 미국이 개입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미 해군은 중립국 유조선을 호위해 해협을 통과시켰고, 40년 넘게 ‘위협은 하되 닫지는 않는다’가 이 길목의 암묵적 규칙이었다. 2026년에 달라진 것은 그 규칙이 처음으로 깨졌다는 점이다. 한 번 깨진 규칙은 잘 붙지 않는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말은 그런 뜻이다.

So What — 도입단가가 내려가도 요금은 늦게 내려간다

마지막으로, 도입단가가 내려간다 해도 그것이 곧바로 가스요금 인하로 오지는 않는다. 이유는 미수금이다. 그리고 이건 추측이 아니라 28년치 기록이 있는 이야기다.

미수금이라는 회계 항목은 1998년에 태어났다. 1997년 외환위기로 환율이 폭등해 달러로 사온 원료비에 큰 손실이 나자, 정부는 1998년 8월 원료비를 유가와 환율에 연동시키는 원료비연동제를 시행하고, 요금에 즉시 반영하지 못한 원가를 장부에 ‘미수금’으로 달아두게 했다. 국민 부담을 뒤로 미루는 장치였다.

문제는 이 장치가 위기 때마다 정지됐다는 것이다. 2007년 809억 원이던 미수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공요금 동결로 3조 4,549억 원으로 뛰었고, 2012년 5조 5,000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그리고 이 5조 5,000억 원을 다 털어내는 데 걸린 시간이 중요하다. 2013년 2월 이후 국제유가가 내리고 연동제가 재개되면서 요금에 정산단가를 얹어 회수하기 시작했는데, 전액 회수가 끝난 것은 2017년 10월이었다. 원가가 내려가기 시작한 시점부터 4년 8개월이 걸린 셈이다.

지금 미수금은 전체 기준으로 2024년 말 14조 7,857억 원에서 2026년 1분기 13조 7,160억 원으로 7.23% 줄어든 상태다. 2012년 최고치의 두 배가 넘는다.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유가연동 계약은 유가를 시차를 두고, 그것도 변동분 전부가 아니라 일부만 전달하는 기울기(슬로프)로 반영한다. 2014년 하반기 국제유가가 반토막 났을 때 국내 LNG 가격이 그만큼 내리지 않아 “유가연동이 있으나마나”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였다. 지금은 그 시차와 기울기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을 뿐, 산식은 그대로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처음 밝힌 대로다. 가스공사의 LNG 도입단가는 2026~2027년에 오르고 2028년 이후 내려갈 여지가 있지만, 더 오래 남을 변화는 가격이 무엇에 연동되는가다. 2028년을 지나면 한국의 가스요금 뉴스에서 중동 유가 이야기가 줄고 미국 천연가스 재고 이야기가 늘어날 것이다. 40년간 “국제 유가가 오르면 우리 가스요금이 오른다”였던 문장이, “미국에 한파가 오면 우리 가스요금이 오른다”로 절반쯤 바뀐다.

그리고 그 전환을 마냥 반길 일도 아니다. 30년 전 가스공사는 라스라판에 아무것도 없을 때 25년치를 사겠다고 서명했고, 그 서명이 공장을 세웠다. 가스공사는 1995년 라스가스의 첫 고객, 이른바 ‘창립 고객’이었고 1999년 1호 트레인이 가동에 들어갔다. 2026년 봄, 그 공장이 불탔고 한국의 가스요금이 올랐다. 장기계약은 물량을 확보하는 계약이면서 동시에 특정한 땅 한 곳에 국가 에너지의 일부를 저당 잡히는 계약이기도 하다.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에 한국의 계약이 들어간다는 것은, 앞으로 멕시코만에 허리케인이 오면 한국 요금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에너지 안보를 공급처의 지리적 분산으로만 재는 습관도 여기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동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지도 위의 분산이지만, 가격 지수를 유가에서 헨리허브 하나로 몰아버리면 그건 또 다른 집중이다. 20142016년 유가가 반토막 났을 때 유가연동은 하락분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불리했지만, 20212022년 현물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현물 노출이 적은 쪽이 덜 맞았다. 같은 산식이 어떤 해에는 창이고 어떤 해에는 방패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절반씩을 권한 것은 미국 가스가 더 싸서가 아니라, 40년간 한 지수에 전부를 걸어본 나라의 경험 때문이다. 분산은 지도 위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계약서의 산식 위에서도 해야 한다.

Large industrial pipeline traversing through a green forest in Geesthacht, Germany. Photo by Wolfgang Weiser on Pexels


이 글은 공개된 시장·정책 자료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산업 동향 해설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기 위한 글이 아니다. 계약별 슬로프 등 비공개 사항은 다루지 않았다.

주요 출처

  • 서울경제, 「카타르 LNG 17% 마비… 韓과 장기계약 많아 현물 구입 부담 커질 듯」(2026-03-20)
  • 에너지경제, 「중동발 LNG 폭등…6월 발전용 가스요금 3개월 새 20% 뛰었다」(2026-05-29)
  • U.S. EIA, “International LNG prices rise amid Strait of Hormuz closure”(2026-04-28) 및 Short-Term Energy Outlook(2026년 7월)
  • S&P Global, “Kogas’ 10-year US LNG deals tied to long-term tender in 2024”(2025-08-29)
  • Cheniere Energy, “Cheniere and KOGAS Sign 20-Year LNG Sale and Purchase Agreement”(2012-01-30)
  • 에너지신문, 「가스공사, BP와 도입계약…15년간 연 158만톤」(2019-09-24,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인용)
  • 에너지플랫폼뉴스, 「유가 연동 중심 LNG 도입 전략 흔들… 헨리허브 연동 비중 확대」(2026-01-20)
  • 에너지경제연구원, 『LNG 도입계약의 가격지수별 포트폴리오 구성에 관한 연구』(자체연구보고서 24-06) 및 에너지브리프(2026년 4월호)
  • 가스신문, 「가스공사 미수금 언제 해결되나」(원료비연동제 1998년 시행 및 미수금 추이)
  • Kpler, “Natural gas and LNG: Top 5 market drivers for 2026”(2026-01-14) / IEA, Gas Market Report Q1-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