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에 입사하면 한 달 안에 반드시 마주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발전기가 어제 하루 동안 에너지로 얼마를 벌었나요?” 이 글은 그 질문에 신입사원이 직접 숫자를 두드려 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핵심 개념은 딱 두 개, 에너지정산금과 **SMP(계통한계가격)**입니다. 이 두 가지만 손에 익으면 정산서의 가장 큰 항목 하나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발전사 정산 실무 매뉴얼 3부작 중 1편입니다. 1편에서는 매일 정산되는 에너지정산금과 그 단가인 SMP를 다루고, 2편에서 발전기를 보유하고 대기시키는 대가인 용량요금(CP), 3편에서 공기업·석탄에 적용되는 정산조정계수와 실제 정산서 읽는 법을 다룹니다. 1편을 건너뛰면 2·3편이 어려워지니 천천히 따라오세요.

본문에 등장하는 모든 단가·SMP·변동비 숫자는 개념 설명을 위한 예시값이며 실제 시세가 아닙니다. 실제 SMP와 변동비는 매시간·매일 바뀌고 KPX(전력거래소) 시스템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a control room with a desk and two chairs Photo by Miha Meglic on Unsplash

1. 전력시장의 하루는 이렇게 돌아간다 (CBP 흐름)

우리나라 도매 전력시장은 CBP(Cost Based Pool, 변동비반영시장) 방식입니다. 이름이 핵심을 다 말해줍니다. 발전기들이 “내가 부르고 싶은 가격”을 입찰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검증·등록된 변동비를 기준으로 거래소가 운영한다는 뜻입니다. 신입사원 입장에서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네 단계로 끊어 보겠습니다.

단계누가무엇을신입사원인 내가 확인할 것
① 변동비 신고발전사발전기별 변동비(연료비 등)를 거래소에 등록우리 발전기의 등록 변동비가 맞게 들어갔는지
② 가격결정발전계획KPX(전력거래소)다음날 수요예측 + merit order로 시간대별 급전계획 수립우리 발전기가 어느 시간대에 “들어갈” 계획인지
③ 실시간 급전지시KPX 급전소실제 수요 변화에 맞춰 출력 증감 지시(AGC 등)계획 대비 실제로 얼마나 발전하라는 지시가 왔는지
④ 정산KPX실제 계량 발전량과 SMP로 정산금 산정우리가 받을 에너지정산금이 얼마인지

①에서 신고하는 변동비는 연료를 태워 1kWh를 더 만들 때 드는 비용입니다. 이게 시장의 모든 가격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라 정확성이 생명입니다. ②의 가격결정발전계획은 “내일 0시부터 24시까지 각 시간대에 어떤 발전기를 얼마나 돌릴지”를 미리 짠 계획표입니다. ③ 실시간 급전은 날씨·수요가 예측과 달라지므로 계획을 실제 상황에 맞게 보정하는 과정입니다. ④ 정산은 계획이 아니라 실제로 계량기에 찍힌 발전량을 기준으로 돈을 정산합니다. 이 네 번째 단계가 이 글의 무대입니다.

실무 팁 ① — 가격결정발전계획 ≠ 실시간 급전 신입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입니다. 가격결정발전계획은 SMP를 정하기 위한 “이론상의 계획”이고, 실시간 급전지시는 실제로 발전소를 돌리라는 “현장 명령”입니다. SMP는 ② 계획 단계에서 정해지지만, 정산금은 ④ 실제 발전량으로 계산됩니다. 계획과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의식하세요.

2. SMP는 어떻게 정해지나 — merit order와 한계발전기

**SMP(System Marginal Price, 계통한계가격)**는 특정 시간대 전력의 도매 단가입니다. 결정 원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KPX는 그 시간대 필요한 전력량(수요)을 채우기 위해 변동비가 싼 발전기부터 차례로 켭니다. 이 정렬 순서를 **merit order(경제급전순위)**라고 합니다.

그림으로 상상해 보세요. 변동비가 낮은 원자력·석탄을 맨 왼쪽에 깔고, 그 위에 가스복합을 쌓고, 더 비싼 첨두발전기를 오른쪽 끝에 둔 막대들을 왼쪽부터 차곡차곡 켭니다. 수요선이 어디까지 닿느냐에 따라 마지막으로 켜진 가장 비싼 발전기가 결정되고, 바로 그 발전기의 변동비가 그 시간대 SMP가 됩니다. 이 마지막 발전기를 **한계발전기(marginal unit)**라고 부릅니다.

핵심 규칙은 두 가지입니다.

  • SMP는 그 시간 한계발전기의 변동비로 정해진다.
  • 그 시간 발전한 모든 발전기에 동일한 SMP가 적용된다. (변동비가 싸든 비싸든 같은 단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변동비가 SMP보다 낮은 발전기는 (SMP − 변동비)만큼 마진을 남깁니다. 예를 들어 어느 시간대에 가스복합이 한계발전기가 되어 SMP가 150원/kWh로 정해지면, 변동비 70원/kWh짜리 석탄발전기는 1kWh당 80원을 남기고, 변동비 120원/kWh짜리 가스복합은 30원을 남깁니다. 같은 시장 가격을 받아도 변동비가 낮은 발전기일수록 마진이 큰 구조입니다.

SMP와 발전기 변동비 비교 — 단위: 원/kWh (예시값) 0 40 80 120 160 SMP 150원 가스복합 변동비 120원 (마진 30원) 석탄 변동비 70원 (마진 80원)
한계발전기(가스복합)의 변동비가 SMP가 되고, SMP와 변동비의 차이가 각 발전기의 마진이 된다 (예시값)

A large control room with lots of control knobs Photo by Frantisek Duris on Unsplash

3. 에너지정산금 계산 — 기본식과 MWP

이제 돈 계산입니다. 에너지정산금의 기본식은 외워둘 만큼 단순합니다.

에너지정산금 = 정산전력량(kWh) × SMP(원/kWh)

여기서 정산전력량은 “실제로 계량기에 찍혀 정산 대상이 되는 발전량”입니다. 발전소가 만든 총 발전량에서 발전소 자체가 쓰는 소내소비전력 등을 제외한, 계통으로 내보낸 전력량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단위 환산만 주의하세요. 1MWh = 1,000kWh입니다. SMP는 보통 원/kWh로 표기되니 MWh를 kWh로 바꿔 곱해야 자릿수가 맞습니다.

실무 팁 ② — 발전량 vs 정산전산량은 다르다 “우리가 500MWh 발전했다”와 “정산전력량이 500MWh다”는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내소비전력, 계량 보정 등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정산은 항상 계량값(정산전력량) 기준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본문 예시에서는 설명을 단순하게 하려고 발전량 = 정산전력량으로 가정합니다.

한 가지 보호장치를 더 알아야 합니다. **변동비보전정산금(MWP, Make-Whole Payment)**입니다. 발전기를 가동하면 연료비(변동비) 외에도 기동비용·최소운전비용처럼 무조건 드는 돈이 있습니다. 만약 그 시간 시장에서 받은 수익(에너지정산금)이 발전기를 돌리는 데 든 최소한의 운전비용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보전해 주는 장치가 MWP입니다. “거래소 지시로 켰는데 손해 보게 둘 수는 없다”는 취지의 안전망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즉 에너지정산금이 기본 수입이고, 부족분이 생기면 MWP가 메워 주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공기업 발전기나 석탄발전기에는 정산조정계수가 추가로 곱해져 위 기본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시리즈 3편에서 정산서와 함께 자세히 다룹니다. 1편에서는 “기본식 = 정산전력량 × SMP”라는 뼈대를 먼저 확실히 잡으세요.

4. 워크드 예시 — A·B 발전기로 직접 계산

말로만 보면 와닿지 않으니, 시리즈 내내 함께 갈 예시 발전기 두 대로 직접 계산해 보겠습니다. (아래 숫자는 모두 설명용 예시값입니다.)

예시 설정

발전기종류설비용량변동비
A발전기가스복합500MW120원/kWh
B발전기석탄500MW70원/kWh

이 시간대에는 가스복합이 한계발전기가 되어 SMP = 150원/kWh로 결정됐다고 합시다. 두 발전기 모두 이 시간 **500MWh(= 500,000kWh)**를 발전했다고 가정합니다.

에너지정산금과 마진 계산

항목A발전기(가스, 변동비 120)B발전기(석탄, 변동비 70)
정산전력량500,000 kWh500,000 kWh
SMP150 원/kWh150 원/kWh
에너지정산금 (= 정산전력량 × SMP)75,000,000 원 (7,500만원)75,000,000 원 (7,500만원)
변동비 (= 변동비 × 정산전력량)60,000,000 원 (6,000만원)35,000,000 원 (3,500만원)
마진 (= (SMP − 변동비) × 정산전력량)(150−120)×500,000 = 15,000,000 원 (1,500만원)(150−70)×500,000 = 40,000,000 원 (4,000만원)
A·B 발전기 정산 비교 — 단위: 만원 (예시값) 0 2,000 4,000 6,000 8,000 A 에너지정산금 7,500만원 A 변동비 6,000만원 A 마진 1,500만원 B 에너지정산금 7,500만원 B 변동비 3,500만원 B 마진 4,000만원
에너지정산금(매출)은 7,500만원으로 같지만, 변동비가 낮은 B(석탄)의 마진이 A(가스)보다 훨씬 크다 (예시값)

여기서 신입사원이 반드시 챙겨야 할 두 가지 인사이트가 있습니다.

첫째, 에너지정산금은 두 발전기가 7,500만원으로 똑같습니다. SMP는 그 시간 발전한 모든 발전기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발전량(500MWh)과 SMP(150원)만 같으면 연료가 무엇이든 매출은 같습니다.

둘째, 마진은 변동비가 낮은 B발전기(석탄)가 4,000만원으로 A발전기(가스)의 1,500만원보다 훨씬 큽니다. 같은 단가를 받지만 원가가 싸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merit order에서 싼 발전기부터 켜는 이유이자, 변동비 경쟁력이 발전사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인 이유입니다.

실무 팁 ③ — “SMP가 높으면 무조건 좋다”는 함정 SMP가 오르면 에너지정산금(매출)은 늘어납니다. 하지만 SMP가 높다는 건 보통 비싼 연료(가스 등)가 한계발전기로 들어왔다는 뜻이고, 우리 발전기가 가스복합이라면 그 비싼 연료비를 함께 부담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매출(에너지정산금)과 마진((SMP−변동비)×전력량)을 항상 분리해서 보는 습관을 들이세요.

white electric power generator Photo by American Public Power Association on Unsplash

5. 정리 — 1편에서 가져갈 것

  • 전력시장의 하루는 ①변동비 신고 → ②가격결정발전계획(merit order) → ③실시간 급전 → ④실제 발전량 정산 순으로 돈다.
  • SMP는 그 시간 가장 비싼 한계발전기의 변동비로 정해지고, 그 시간 발전한 모든 발전기에 동일 적용된다.
  • 에너지정산금 = 정산전력량(kWh) × SMP. 매출은 같아도 마진은 변동비가 낮을수록 크다.
  • 시장수익이 최소운전비용에 못 미치면 **MWP(변동비보전정산금)**가 차액을 메운다.
  • 공기업·석탄의 정산조정계수, 그리고 보유·대기 대가인 **용량요금(CP)**은 다음 편에서.

이제 우리 발전기가 어제 한 시간 동안 에너지로 번 돈을 직접 계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산전력량과 그 시간 SMP만 알면 끝입니다. 손에 익을 때까지 위 예시 표를 직접 한 번 다시 채워 보세요.


시리즈 내비게이션

① 에너지정산금과 SMP (이 글)② 용량요금(CP)③ 정산조정계수와 정산서④ 정산조정계수, 어디로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