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정산 실무 매뉴얼 2편의 주제는 용량요금(CP, Capacity Payment), 즉 발전기가 가동하지 않아도 받는 고정비 성격의 정산금이다. 1편에서 다룬 에너지정산금(SMP × 발전량)이 “얼마나 발전했나”에 대한 보상이라면, 용량요금은 “발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나”에 대한 보상이다. 이 글을 다 읽으면 신입사원이 자기 발전기의 이번 달 용량정산금을 직접 계산하고, 정산서에 찍힌 숫자가 맞는지 검산할 수 있게 된다.

시리즈 내비게이션에너지정산금과 SMP → ② 용량요금(CP) (이 글) → ③ 정산조정계수와 정산서④ 정산조정계수, 어디로 가나

a group of power lines with a sky in the background Photo by Andrew Van Hofwegen on Unsplash

1. 왜 고정비를 따로 주나 — SMP만으로는 첨두설비가 죽는다

전력시장의 기본 보상은 1편에서 본 에너지정산금 하나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 정산금은 SMP × 발전량으로 계산되고, SMP는 그 시각 가장 비싼 가동 발전기의 변동비로 결정된다. 문제는 1년 8,760시간 중 전력 수요가 정말 높은 피크 시간은 며칠, 몇십 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여름 폭염 며칠, 겨울 한파 며칠의 그 짧은 피크를 감당하려면 평소에는 거의 돌지 않는 첨두(피크) 발전기가 반드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설비는 1년에 가동 시간이 얼마 안 되니 에너지정산금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적다. 발전소 건설비, 금융비용, 인건비 같은 고정비를 회수하지 못해 적자가 쌓이고, 결국 폐쇄된다. 그러면 다음 피크 때 정전 위험이 커진다. 시장이 “지을 이유”를 주지 못하니 아무도 새 설비를 짓지 않는 신규투자 공백도 생긴다.

이 구조적 빈틈을 메우려고 만든 것이 용량요금이다. 핵심은 보상을 둘로 나눈다는 점이다.

정산금 종류무엇을 보상하나결정 변수가동 안 하면?
에너지정산금 (SMP)변동비 (연료비 등)SMP × 실제 발전량0원 (안 돌면 안 줌)
용량요금 (CP)고정비 (건설비·금융비용 등)용량가격 × 공급가능용량 × 시간받음 (설비 유지가 조건)

SMP = 변동비 보상, CP = 고정비 보상이라는 이원 구조다. 이렇게 나눠 놓으면, 평소에 거의 안 돌더라도 피크 대비용으로 설비를 유지하는 발전기가 고정비만큼은 회수할 수 있어 시장에 남는다. 발전사 입장에서 CP는 “출석만 하면 주는 기본급”, 에너지정산금은 “일한 만큼 주는 성과급”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직관적이다.

실무 팁 ① — “가동률 0%인데 왜 돈을 받나?” 신입사원이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CP는 ‘발전한 대가’가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설비를 계통에 제공하고 대기한 대가’다. 식당으로 치면 손님이 없어도 문을 열고 직원·재료를 준비해 둔 비용을 보전해 주는 셈이다. 그래서 한 달 내내 한 번도 안 돌아도 공급가능용량만 유지하면 CP는 나온다.

2. CP를 이루는 구성요소 — 가격·계수·용량

용량정산금은 크게 (가격) × (양) × (시간) 의 곱으로 만들어지고, 거기에 시간대·지역에 따른 계수가 붙는다. 실무에서 정산서를 볼 때 헷갈리지 않으려면 각 요소가 ‘왜’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① 기준용량가격 (원/kW 수준, KPX가 산정·공개) 설비 1kW를 한 달(또는 한 시간) 유지하는 데 보상해 주는 단가다. 발전소 건설·운영의 표준적인 고정비를 바탕으로 거래소(KPX)가 산정해 공개한다. 신입사원이 임의로 정하는 값이 아니라 공시된 단가를 가져다 쓰는 입력값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② 시간대별 계수 (첨두 / 경부하 차등) 같은 1kW라도 피크에 기여하는 용량이 더 가치 있다. 그래서 첨두 시간대에는 계수를 높게(예: 1.0), 수요가 낮은 경부하 시간대에는 낮게 적용한다. CP의 목적이 “피크 대비 설비 확보”이므로, 피크에 공급 가능한 용량일수록 더 많이 보상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③ 지역(계통) 보정 전력은 송전망을 타고 흐르므로, 수요지에서 멀거나 송전 제약이 있는 지역의 발전기는 같은 1kW라도 계통 기여가 다르다. 이런 차이를 반영해 지역별로 보정을 둔다. 부하 중심지 인근 설비의 가치를 더 인정하는 방향이다.

④ 공급가능용량 (실제 공급 가능한 용량) 설비용량(명판상 최대 출력)과 다른 개념이다. 정비·고장·출력 제한 등으로 실제 계통에 내보낼 수 있는 용량이 줄면, CP의 기준이 되는 양도 그만큼 줄어든다. 500MW 설비라도 절반이 계획정비 중이라면 그 기간의 공급가능용량은 250MW로 잡힌다.

bird eye view photography of lighted building Photo by American Public Power Association on Unsplash

실무 팁 ② — 정비기간에는 공급가능용량이 깎인다 CP는 설비용량이 아니라 공급가능용량에 붙는다. 계획예방정비(PM)나 고장으로 출력을 못 내는 기간에는 그 시간만큼 공급가능용량이 차감되고, CP도 같이 줄어든다. 그래서 정비 일정을 짤 때 “수요가 낮고 계수가 낮은 시기”에 정비를 몰면 CP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정비 계획이 곧 정산 전략과 직결되는 이유다.

3. 월 용량정산금 계산 — 워크드 예시

이제 시리즈 공통 예시로 직접 계산해 보자. 아래 숫자는 모두 설명용 예시값(실제 단가 아님)이다. 실제 기준용량가격은 KPX(EPSIS)가 공개하는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공통 예시 설비

발전기종류설비용량변동비
A가스복합500MW120원/kWh
B석탄500MW70원/kWh

여기서는 A·B 모두 한 달 동안 정비·고장 없이 공급가능용량 500MW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가정한다(같은 설비 조건이면 CP는 가동 여부·변동비와 무관하므로 두 발전기의 CP는 동일하게 나온다).

3-1. 단순 버전 (시간대 계수 없이)

용량정산금의 기본 골격은 다음과 같다.

용량정산금 ≈ 용량가격 × 공급가능용량 × 적용시간

예시로 기준용량가격을 7.6원/kWh 상당(설명용 예시값, 실제 단가 아님) 으로 잡는다. 한 달을 30일 × 24시간 = 720시간으로 두면 계산은 이렇게 된다.

항목값(예시)
기준용량가격 (예시값)7.6원/kWh
공급가능용량500MW = 500,000kW
적용시간 (30일 × 24h)720시간
월 용량정산금7.6 × 500,000 × 720 = 약 27.36억 원

계산식: 7.6원/kWh × 500,000kW × 720h = 2,736,000,000원 ≈ 27.36억 원

A와 B는 공급가능용량이 같으므로 이 단순 버전에서는 둘 다 월 약 27.36억 원으로 동일하다. 변동비가 싼 석탄(B)이든 비싼 가스복합(A)이든, CP만 놓고 보면 차이가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차이는 에너지정산금(1편)에서 갈린다.

3-2. 시간대 계수를 적용한 버전

실제 CP는 모든 시간을 똑같이 보상하지 않는다. 첨두 시간대는 계수를 높게, 경부하는 낮게 준다. 720시간을 시간대로 나눠 계수를 적용해 보자(시간대 구분·계수 모두 설명용 예시값).

시간대시간(예시)계수(예시)가중시간 = 시간 × 계수
첨두180h1.0180.0h
중간부하360h0.7252.0h
경부하180h0.472.0h
합계720h504.0h

이제 적용시간 자리에 단순 720시간 대신 가중시간 504시간을 넣는다.

항목값(예시)
기준용량가격 (예시값)7.6원/kWh
공급가능용량500,000kW
가중 적용시간504시간
월 용량정산금(계수 적용)7.6 × 500,000 × 504 = 약 19.15억 원

계산식: 7.6원/kWh × 500,000kW × 504h = 1,915,200,000원 ≈ 19.15억 원

같은 설비, 같은 한 달인데 시간대 계수를 반영하니 단순 버전(27.36억 원)보다 줄었다. 이는 경부하·중간부하 시간의 가치를 낮게 본 결과다. 거꾸로 말하면, 첨두 계수가 적용되는 시간에 확실히 공급 가능한 설비일수록 CP가 유리하다. (실제 정산에서는 여기에 지역 보정 등이 추가로 곱해진다 — 위 표는 계수의 작동 원리를 보이기 위한 단순화된 예시다.)

실무 팁 ③ — 에너지정산금과 합산되는 구조 발전기가 한 달에 받는 정산금은 대략 에너지정산금(1편: SMP × 발전량) + 용량정산금(CP) + (3편에서 다룰) 정산조정계수 등 조정 의 합이다. CP는 가동과 무관하게 깔리는 ‘바닥’이고, 그 위에 실제 발전한 만큼 에너지정산금이 얹힌다. 그래서 정산서를 검산할 때는 두 항목을 따로 떼어 각각 맞는지 확인한 뒤 합쳐야 한다. 한 덩어리로 보면 어디서 틀렸는지 못 찾는다.

4. 실무에서 CP를 볼 때 주의점 — 체크리스트

신입사원이 CP 정산서를 받았을 때 바로 점검할 항목을 정리했다.

  • 가동 여부와 무관하다. 발전량이 0이어도 공급가능용량만 유지했다면 CP는 나온다. “이번 달 거의 안 돌았는데 CP가 왜 이렇게 나와?”는 정상일 수 있다. 발전량이 아니라 공급가능용량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 공급가능용량이 깎였는지 먼저 확인한다. CP가 예상보다 적다면 정비·고장·출력제한으로 그 기간의 공급가능용량이 줄지 않았는지 본다. 설비용량(500MW)이 아니라 실제 잡힌 공급가능용량으로 계산되었는지 검산한다.
  • 시간대 계수를 챙긴다. 같은 용량·같은 시간이라도 첨두에 기여하는 비중이 크면 CP가 커진다. 우리 발전기의 가용 시간이 첨두에 잘 걸려 있는지, 정비를 경부하 시기로 잘 배치했는지 점검한다.
  • 지역 보정이 적용됐는지 본다. 우리 발전소가 위치한 계통의 보정값이 반영됐는지 확인한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입지가 다르면 단가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
  • 단가는 공시값을 그대로 썼는지 본다. 기준용량가격은 KPX가 산정·공개하는 값이다. 정산서의 적용 단가가 해당 기간 공시 단가와 일치하는지 대조한다.
  • 에너지정산금과 분리해서 검산한다. 합계만 보지 말고 CP·에너지정산금을 따로 떼어 각각 계산해 본 뒤, 합산값이 정산서와 맞는지 확인한다.

핵심을 한 문장으로 남기자면, CP는 “얼마나 발전했나”가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용량을 얼마나, 어느 시간대에 계통에 제공했나”에 붙는 돈이다. 이 한 가지만 정확히 잡고 있으면 정산서의 CP 항목은 더 이상 미궁이 아니다.

※ 이 글의 모든 단가·시간대 계수·계산 결과는 개념 설명을 위한 예시값이며 실제 정산 단가가 아니다. 실제 기준용량가격과 적용 규칙은 전력거래소(KPX) 및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 공개자료와 전력시장운영규칙에서 반드시 확인하기 바란다.


시리즈 다음 글: ③ 정산조정계수와 정산서 — 에너지정산금과 CP를 합친 뒤 적용되는 정산조정계수, 그리고 정산서 전체를 한 장으로 읽는 법을 다룬다.